"LG카드에 매력 느끼지만 입찰 방식 납득 못해 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LG카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LG카드 자체가 아니라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의 존 필메리디스(사진) 은행장이 11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LG카드 인수전 참여를 포기한 데 대해 아쉬움과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LG카드를 예비 실사해 보니 SC제일은행에 상당히 매력적인 기업임을 알게 됐다"면서 "그러나 주간사인 산업은행이 제시한 입찰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필메리디스 행장은 "입찰제안서 제출 때 내놓은 인수 가격과 최종 제시 가격이 5% 이내여야 한다는 입찰 방식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실사 과정에서 큰 부실이 드러나도 값을 깎을 수 없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초와 최종 제시 가격 사이에 5% 제한을 주는 규정이 국제적 관행과 어긋나는지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개별 인수합병(M&A) 은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필메리디스 행장은 또 "신한지주와 하나지주는 LG카드 채권단으로서 관련 정보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며 "본입찰 과정에서 중도에 그만둘 경우 예치금 5000만 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불투명했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LG카드의 지분을 7.14% 가지고 있으며 농협은 14.59%, 하나은행도 4.38% 보유하고 있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대해 "노사관계에 대한 문화 차이와 정부 규제 등이 가장 어려웠다"며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인내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쉬운 시장은 아니지만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에는 기회의 땅"이라며 "한국에서 입지를 넓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익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