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말과 달리 "예산 늦어진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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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청와대는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의 경질이 인사청탁 때문이 아니라 신문유통원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신문유통원이 부도 위기에 이르러 강기석 원장이 사채를 끌어다 쓸 정도로 어려웠는데 사태를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문화부가 직무를 유기했고 이는 유진룡 전 차관의 책임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청와대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유통원의 올해 총 예산은 100억원. 일괄지급이 아닌 수시배정 방식으로 지급된다. 9억5000만원은 2월에 이미 나갔다. 나머지 90억5000만원은 4월 중에 지급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90억5000만원의 예산 집행이 늦어지면서 생겼다. 기획예산처와 문화부의 의견차 때문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기획예산처는 예산의 일정 부분을 공동배달제에 참여하는 언론사들로부터 유통원이 조달하고 나머지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매칭 펀드'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대해 문화부는 언론사의 경영 상황이 어려운 만큼 돈을 따로 거두는 매칭 펀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예산처는 결국 문화부 입장을 받아들여 국고에서 나머지 예산 전액을 지원키로 했다. 협의가 늦어지느라 예산은 6월 23일에야 나왔다. 이 때문에 유통원 본사 직원 20명은 5월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기획예산처 서병훈 사회재정기획단장은 "예산처가 이의를 제기한 탓에 신문유통원의 예산 집행이 늦어진 것이 사실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권선준 신문유통원 경영기획실장은 "예산이 나오지 않아 5월부터 운영이 어려웠다"며 "그래서 강 원장이 2억원을 대표 가수금 형식으로 넣어 공동배달센터 직원 월급과 경상비용 등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유통원의 소위 '부도 위기'는 정부의 예산집행 지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게다가 논의 과정에서 문화부는 청와대 주장과 달리 유통원과 공동배달제에 참여하는 언론사의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비친다. 청와대의 "유 전 차관이 유통원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주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문화부 측의 입장 역시 유통원 공동배달 사업은 '정상 추진'이라는 것이다.

이우성 문화부 미디어정책팀장은 "문화부의 입장은 2일 발표한 '언론관계법 시행 1년 성과와 과제' 보고서에 다 들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부는 유통원 공동배달사업에 대해 "부분적으로 예산 집행의 차질, 조직과 예산에 대한 불만 및 업무상 시행착오도 있었으나 사업 초년도임을 감안, 정상 추진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신문유통원 지원 예산의 안정적 확보 등 현안의 효율적 해결을 위해 정부와 유관기간 간의 업무 협의 및 협조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현옥.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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