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게 만드는 정치 그만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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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치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요즈음 여야 정치인들은 정상적인 정치를 하고있다고 믿기 어렵다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기보다는 불안하게 하는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설사 편안하게 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불안을 겪는 것이라 말하는 정치인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정도가 지나쳐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도 요즈음의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사안일 때는 모든 것을 내버리고도 달려들 것처럼 굴지만 자신에게 손해가 되겠다싶은 일에는 명분이고 뭐고를 생각지 않는다. 언젠가부터는 국민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얼마간의 국민적 지지를 받는다해서 전국민이 자기를 지지해주는 것처럼 구는 모습이나 자신의 생각이 국민적 합의인 것처럼 떠드는 모습엔 이젠 넌더리가 난다.
5공 청산문제만 해도 그렇다. 여든 야든 국민을 팔아대며 자신들의 생각이 국민의 생각임을 자처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국민의 의사가 일부의 의사일 수는 있어도 전체의 의사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자신들의 불충분한 국민적 의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대의 얘기를 듣고 중단상태에 빠진 5공 청산 문제에 대한 합일점을 찾아야한다.
여당은 5공 청산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생각을 반영해야 할 것이고 야당은 이제 과거문제에 얽매이지 말자는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여야는 5공 청산에 얽혀있는 자신들의 손익계산에만 모든 신경을 쓰고 있는 인상이다. 예산문제도 마찬가지다. 예산안 심의를 5공 청산에 연계하고 않고는 정당들의 전술적 문제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 얘기하고 싶지 않다. 어느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예산통과가 늦어지거나 또는 심의가 불성실해서 얻게되는 손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여야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80년대를 마감하는 이 시점에서 여야정치인들의 이전투구도 이제는 그만 막을 내렸으면 한다. 이춘식<서울 동대문구 신설동89의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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