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에 금이 갔다는 주장에 대해선 "협상 중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이견을 갈등이라며 자꾸 부풀리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동맹은 굳건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거였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얘기를 해 왔다.
하지만 워싱턴에서 이런 식으로 말하면 웃음거리가 된다. 이곳의 한국 외교관들이나 파견 나온 공무원들은 대부분 오늘의 한.미동맹에 대해 걱정한다. 미 행정부의 파트너들과 수시로 접촉하는 그들의 입에서는 "이러다간 큰일 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미국 쪽은 어떤가. 국무부에서 한국과장(2002~2004년)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는 9일 "부시 대통령과 노 대통령은 서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두 지도자의 시각이 너무 달라 신뢰가 싹트기 어렵고, 9월 정상회담 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화법에 미국이 자극받느냐는 질문에 "미국 관리들은 이젠 노 대통령의 성격 때문이거니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부시 대통령도 김정일에 대해 심한 말을 하면 주변에서 '못마땅하더라도 외교를 생각해 좀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이들이 있었다"며 "말을 조심스럽게 하는 게 외교"라고 덧붙였다.
오공단 미 국방연구원 동아시아담당 책임연구원은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는 양국의 전문가들이 조용히 협상하면 되는 것인데도 노 대통령이 자꾸 정치적으로 말하는 바람에 일이 꼬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신뢰가 흔들리고 동맹은 약화됐다"고 그는 주장했다.
한쪽에선 아무 이상 없다는 동맹이 다른 쪽에선 왜 흔들린다고 하는지, 노 대통령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진보세력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합리적이지 않은 것은 진보든, 보수든 사회에 기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으로 옳은 얘기다. 지금 이런 충고를 들어야 할 사람은 노 대통령 자신이 아닐까.
이상일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