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위성문화」의 침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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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문화가 우리의 안방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인 퍼래볼러가 수입 자유화 된지 1년도 채 못되어 사용가구수가 5만을 넘었고, 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한 연구자의 조사결과가 닥쳐올 일본 문화의 일방적 침투를 심각하게 환기시켜 주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송출될 일본위성방송주식회사(JSB)는 일본 상업방송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한 위성방송이기 때문에 일본의 상업주의 문화가 그대로 우리의 안방까지 침투할 것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높아지게 된다.
84년부터 방송되고 있는 NHK의 2개 채널은 세계의 최신 정보를 폭넓게 전달해주는 광역정보의 속보성으로 시청자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고, 볼쇼이 극장에서 공연되는 볼쇼이 발레를 우리의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고급문화의 매개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그것을 일본문화의 안방침투라는 쇼비니슴적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되돌러 생각해보자. 난시청지역 해소를 위해 쏘아 올려진 일본의 위성방송이 일본자국내의 그 저속한 프로그램과는 생판 다른 고급 국제문화의 보급을 위해 왜 공헌하고 있는가. 일본 일변도의 수입의존에도 불구하고 작은 기술, 미세한 기술이전에도 인색한 일본이 무슨 의도로 세계의 고급문화를 한반도 상공에서 쏟아 붓고 있는가를 다시금 우리는 냉철히 생각해 봐야한다.
현재의 프로그램이 비록 국제문화의 전달매체 기능만을 담당하고있다 하지만 틈틈이 소개되는 일본의 전통다도 음식문화의 소개에서 나아가 그것이 일본의 무사도와「대화 혼」을 담은 프로그램이 하늘에서 쏟아질 때 그것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정상적 문화의 수용과정은 대등성과 와혜성을 기반으로 해서 교섭과 수용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대등성과 호혜성을 넘어 일방적이고 공격적일 때 그것을 문화의 침략이라고 규정짓고, 그 침략을 막지 못할 때 군사적 침략 못지 않은 문화적 예속성에 빠지게 된다.
더욱이 문화의 전파력이 가장 강한 매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상업방송이 내년이면 하늘에서부터 일방적으로 쏟아질 전망이 불 보듯 환한데도 정부는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라고 손을 놓고 있고, 위성방송 시청시간이 국내방송 보다 20분이나 더 높다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TV방송은 질적 개선과 수준향상을 외면하고 있다.
이젠 일본문화의 안방 침투라고 호들갑 떨기에 앞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여기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기술적으로 불가항력이라고 발을 빼기에 앞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테면 상업위성방송이라면 수신료를 지불하는 자국내의 시청자에게만 시청이 가능케 하는 기술을 일본측에 권유한다든지,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에 적극 개입하거나 또는 방송위성의 송출력을 가능한 낮추게 하거나 안테나의 지향중심을 태평양쪽으로 맞추는 등의 구체적 방안을 정부간 협력 과정을 거쳐 조정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현재의 NHK수준을 능가할 수 있는 고급문화와 최신정보의 제공기능을 할 수 있는 국내 TV의 수준향상 또한 시급한 과제로 검토되어야한다. 일본문화의 홍수에 떠밀린 다음 헤어나려 하지 말고 홍수를 미리 막는 지혜와 방안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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