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각종 질병 옮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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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집 지붕이나 동굴·수풀 등에 많이 살고 있는 야생박쥐가 사망률이 높은 유행성출혈열·쓰쓰가무시병등 각종 급성출혈성 질환을 옮기는 보균동물임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또 박쥐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사실도 항체실험에서 확인됐다.
이는 24일 충남 천안에서 개최된 대한바이러스학회 제21차 학술대회에서 고려대 의대 이호왕 교수(미생물학)팀과 단국대 미생물학과 이연태 교수팀의 공동연구 및 단국대 별도연구결과로 각각 발표됐다.
두 이 교수팀은 산·들에서 잡은 한국산 야생박쥐 2백75마리를 면역 형광법으로 조사한 결과 혈청에서 한국형 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항체가 전체의 3·6%에서 발견된 것을 비롯, ▲발진열(1·8%) ▲쓰쓰가무시병(3·3%) ▲시베리아 홍반열(3·3%) ▲타이홍반열(4·4%)등의 원인바이러스 항체를 세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급성출혈성질환의 병원체는 지금까지 등줄쥐·좀 진드기·벼룩 등에서만 발견됐다.고려대 의대 이호왕 교수팀은 76년 한국형 출혈열의 병원체(한탄바이러스)를 세계에서 첫 발견했었다.
이 교수는『박쥐는 땅 외에서 움직이는 등줄쥐 와는 달리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서식장소가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밝히고 현재 병원체를 분리중이라고 말했다.
박쥐는 곤충을 잡아먹는 것(70%)과 과일을 먹는 것(23%)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피를 빨아먹는 흡혈박쥐도 0·3% 정도다.
이 교수는『박쥐의 오줌이나 박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유행성출혈열등을 옮길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편 단국대 이연태 교수팀은 이와 별도로 야생박쥐 4백53마리를 항체 실험한 결과 74%에서 일본뇌염 바이러스 보유·전파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항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암컷은 78·2%가 항체를 갖고 있어 수컷보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옮길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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