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앞둔 세종체임버홀 '카네기홀 부럽잖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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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9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소극장 사이 광장은 막바지 청소로 분주했다. 세종체임버홀(사진)이 14일 공식 개관을 앞두고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오후 3시 무대에선 서울시 청소년 교향악단 단원 출신들로 구성된 현악 4중주단이 모차르트의'디베르티멘토'를 연주했다. 9월 16일까지 계속되는 개관 페스티벌에서 일반에 공개하기에 앞서 '새 악기'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이는 행사다.

이번 공사를 총지휘한 강영배 세종문화회관 공연사업본부장은 기자설명회에서'국내 최고의 실내악 전용홀'이라고 자랑했다.

세종문화회관은 대극장과 소극장 모두 다목적홀로 지어져 장르별로 특화된 공연에는 음향 문제가 많았다.

체임버홀은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를 28억원을 들여 3개월여간 리모델링한 끝에 탄생했다.

설계는 제이 유 건축사 사무소(대표 박제유)가, 음향컨설팅은 전진용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가 맡았다. 천장을 6m에서 8.9m로 높이고 내부 벽면을 확산재로 마감했다.

기존의 컨벤션센터는 사무동 건물 1층에서 계단으로 연결됐지만 세종체임버홀은 소극장과 마찬가지로 대극장 소극장 사이의 광장에서 옥외 계단으로 막바로 연결된다. 밤에는 로비 창문으로 세종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주가 시작되자 소리가 무대 앞과 좌우 벽면에서 골고루 울려 퍼졌다. 명료한 고음(高音), 풍부한 저음(低音)이 온몸을 휘감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번 리모델링 공사는 실내악 전용홀을 목표로 한 만큼 음향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다. 객석 바닥에 에어컨 공조 시설을 분산해 내부 소음을 줄였다. 3가지 톱니 모양의 GFRC(유리섬유보강 콘크리트)를 좌우 벽면의 확산재로 사용해 무대에서 객석으로 전달되는 소리는 키우고, 객석에서 무대로 전달되는 소리(소음)는 줄이는 효과를 낸다. 비슷한 객석 규모의 실내악홀에 비해 잔향시간도 긴 편이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실내악홀(440석)이 1초 08,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실내악홀(478석)이 1초 25인데 반해 세종체임버홀(476석)은 1초 45다.

2층에 발코니석을 설치하고 유럽식 객석 배치로 중앙 통로를 없애 연주자(무대)와 관객(객석), 관객과 관객 사이의 친밀감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앞뒤 좌석이 엇갈리게 배치해 경사도를 높이지 않더라도 충분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1층 맨 뒷열의 좌석과 무대의 높이 차이가 1.52m에 불과하다.

시연회에서 제1바이올린을 맡은 안준희(21.도쿄 도호음대)씨는 연주가 끝난 후"무대에서 자기 소리가 잘 들려 좋다"며 "틀린 음정까지 하나도 남김 없이 전달돼 두렵기까지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훌륭한 연주든 형편없는 연주든 뚜렷하게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세종체임버홀은 뉴욕 카네기홀을 닮았다. 연주자의 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단점을 가려주지 않고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는 얘기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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