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주주에게 2조8000억 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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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자본의 경영권 공세에 시달려온 KT&G가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을 통해 향후 3년간 최대 2조8000억원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또 기존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5년간 모두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KT&G는 9일 컨설팅 회사인 부즈알렌 해밀턴의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확정하고, 이사회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KT&G의 경영권을 위협해온 스틸파트너스의 워렌 지 리히텐슈타인 대표도 이사회에 참석, 중장기 방안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이미 수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외국계 자본이 배당금 등을 통해 추가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돼 국부 유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두 배나 늘어난 자사주 소각.배당금 규모=KT&G는 1조3000억원의 여유 자금을 전액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고, 향후 3년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1조5000억원의 잉여이익은 배당을 하거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하는 데 쓰기로 했다. 이는 과거 3년간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사용된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올해 배당금도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주당 2400원으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R&D), 시설투자.마케팅 등에 5년간 3조6000억원을 투입하고, 인삼사업 확장과 제약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2010년 자회사 포함 매출액 4조4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또 KT&G복지재단 등을 통해 2010년까지 총 2800억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리히텐슈타인이 요구해 온 인삼공사 기업공개(IPO)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KT&G 곽영균 사장은 "최소 5년간은 상장 계획이 없다"며 "지분을 계속 유지하면서 인삼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투기 자본 배 불린다" 지적도= 이번 결정은 주주 이익환원 등을 통해 50%가 넘는 외국인 주주를 만족시키되 기존 경영 방침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날 KT&G의 주가는 전날보다 2.09% 오른 5만8700원에 마감했다.

대우증권 백운목 연구위원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가 시장의 예상보다 큰 데다, 장기 성장 전략도 회사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가 오를 경우 추가 지분 확보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가로부터 주어진 독점권을 바탕으로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벌어들인 수익을 결국 외국 투기 자본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KT&G 측이 사실상 스틸파트너스 측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함으로써 기업의 미래나 더 많은 일자리를 위해 사용될 자금을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수십 년간 축적됐던 이익을 몇 개월간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사용돼야 할 돈을 자사주 소각 등에 사용한다면 이는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주주가치 훼손'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용 기자, 이종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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