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작권 갈등, 주한미군 감축으로 확대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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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규모는 크지 않으나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군 이양 등으로 주한미군의 역할이 '지원'으로 바뀌는 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단독 행사하게 되면 한미연합사 해체에 이어 이런 사태가 올 것이라는 군 원로들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이 당국자의 발언에는 전작권의 한국군 이양으로 제기되는 '주한 미 지상군 완전 철수' 등의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추가 감축은 일괄 철군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전작권 이양에 따른 조정 차원" "한국 안보에 불안을 조성하지 않는 속도와 방식으로 감축할 것"이라는 언급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 조야(朝野)의 기류를 감안하면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 두 가지 측면에서다. 하나는 전작권의 이양 시점이다. 전.현 주한미군사령관은 전작권 단독 행사를 위한 한국군의 군사능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이랬던 미국이 이양 시기를 이 정부가 전작권 환수가 가능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2011년보다 2년 빠른 2009년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군의 전력 확보 여부에 관계없이 전작권을 갖고 가라'는 의미가 아닌가. 진정한 동맹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두 번째는 주한 미 해.공군의 지원 문제다. 1차 감축 때나 이번에도 미국은 '지상군보다 해.공군력을 증강시켜 한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증강은커녕 '사격훈련을 못해 미 공군을 뺄지 모른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경이 아닌가.

치밀한 대비책 없이 미군을 철수시킨 필리핀이 안보.경제에서 얼마나 치명상을 입었는지는 이 정권도 잘 알 것이다. 더 이상 '자주'라는 신기루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라. 어떻게 하면 미군 감축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추진되고,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