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미소는 달콤한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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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 come, easy go.'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쉽게 다가온 배우는 쉽게 잊어진다. 현빈은 벌써 데뷔 3년차다.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찾은 현빈이란 배우의 달콤한 선율. 순정만화 속 주인공 같은 얼굴로, 스물다섯의 진심으로 천천히 노래하듯이, 안단테 칸타빌레. photographed by 조 열 희

촬영 시작 1시간 전, 어두컴컴한 스튜디오 한쪽 공간을 메우고 성큼 들어선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키가 컸다. 그리고 " 안녕하세요 "로 첫인사를 시작한 그의 목소리는 스피커 필터를 통해 걸러지던 브라운관 속 그것보다 한층 더 낮고 울림 있는 바리톤의 음색이었다. 진심이 담긴 눈빛, 담백한 인사말, 예의바른 제스처와 성실함, 겸손이 묻어나는 말투. 그것으로 충분했다.

사실 그를 처음 발견한 건 <내 이름은 김삼순>이 아니라 <논스톱4>에서 한예슬이 짝사랑하는 역으로 나왔을 때부터였다. 그 후, 각 영화와 CF 등에서 그를 찾았다. 이 남자, 꽤 매력적이다.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를 떠올리게 만드는, 친숙하면서도 느리고 진중한 그와의 사진 촬영 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현빈. 하는 말투나 생각이나 그런 것들이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 촬영에선 소년에서 이제 막 청년이 된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아직 소년 같은 미소. 미소년의 웃음을 간직한 현빈에게 그런 느낌을 살려주는 촬영을 벌써부터 하고 싶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올 초에 현빈과 작업한 <홍콩 지 에스콰이어>에서 매료된 컬러를 발견한 일이 있었다.

촬영 중에 Deep Shadow 부분 중에서 완전한 블랙 톤이 아닌 조명에 따라, 반사에 따라서 특이한 피부 톤을 발견한 일이 있었는데, 그 중요한 발견에 현빈과 함께하는 작업이라 더 뜻 깊었었다.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러하듯이, 사진작업에 있어서 작가와 배우에 미묘한 감성차를 서로 즐길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감히 말한다.

"작가와 배우 간에 서로 미묘한 심리적인 감성 싸움이 사진에 묻어 나오고, 배우에 또 다른 내면적인 모습이 표출되는 것이다. 사진을 내 안에 가두려 하지 않고, 내 안에서 숨 쉬게 하고 싶습니다. 비록 정지된 화면일지라도 살아있는 그 시간을 그대로 옮겨오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다. 그래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그 감동을 전달 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광들 속에 나는 언제나 존재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것이 살아있는 사진을 찍으려 노력하는 내 마음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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