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해군 성추행' 76일만에 알았다…與 마저도 '책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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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서욱 국방부장관이 현안보고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7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서욱 국방부장관이 현안보고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해군 여성 중사가 성추행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발생 76일 만에 처음으로 알게 된 것으로 13일 파악됐다. 여권에서마저 서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날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서 장관은 지난 11일 해군 여성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건을 최초로 보고받았다. 사건이 정식 신고된 9일 기준으로는 이틀 만이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 발생일인 지난 5월 27일을 기준으로 하면 서 장관은 사건이 일어나고 76일이 지나서야 이번 일을 알게 됐다.

애초 피해자 A중사는 신고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발생 두 달여가 지난 8월 7일 부대 지휘관에 면담 요청을 해 피해 사실을 보고했고, 9일 본인 결심에 따라 정식으로 상부 보고가 이뤄졌다.

11일 해군본부 군사경찰은 부석종 참모총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각각 보고를 했고, 조사본부가 당시 장관에게 서면보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튿날인 12일 A중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부 총장은 서 장관에게 사망사실을 지휘보고했다.

해군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가 신고를 불원해도 법령상으로는 사고가 발생하면 인지 즉시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훈령상에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보고하지 않도록 돼 있다. 매뉴얼 상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5월 27일 A중사는 주임상사에만 피해 사실을 알렸는데, 이후 정식 신고를 결심하기 전까지 두 달여 동안 가해자 B상사와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A중사는 사건 이후에도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B상사의 업무상 따돌림, 업무 배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격노하며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공군 성추행 피해자 가족의 절규가 아직 생생한데 또다시 벌어진 참담한 사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군 지휘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서 장관 책임론에 가세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방부 장관은 총책임자로서 이른 시일 안에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그 내용에 따라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일곱 번째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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