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은 해군 여성 중사가 성추행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발생 76일 만에 처음으로 알게 된 것으로 13일 파악됐다. 여권에서마저 서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날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서 장관은 지난 11일 해군 여성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건을 최초로 보고받았다. 사건이 정식 신고된 9일 기준으로는 이틀 만이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 발생일인 지난 5월 27일을 기준으로 하면 서 장관은 사건이 일어나고 76일이 지나서야 이번 일을 알게 됐다.
애초 피해자 A중사는 신고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발생 두 달여가 지난 8월 7일 부대 지휘관에 면담 요청을 해 피해 사실을 보고했고, 9일 본인 결심에 따라 정식으로 상부 보고가 이뤄졌다.
11일 해군본부 군사경찰은 부석종 참모총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각각 보고를 했고, 조사본부가 당시 장관에게 서면보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튿날인 12일 A중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부 총장은 서 장관에게 사망사실을 지휘보고했다.
해군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가 신고를 불원해도 법령상으로는 사고가 발생하면 인지 즉시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훈령상에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보고하지 않도록 돼 있다. 매뉴얼 상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5월 27일 A중사는 주임상사에만 피해 사실을 알렸는데, 이후 정식 신고를 결심하기 전까지 두 달여 동안 가해자 B상사와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A중사는 사건 이후에도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B상사의 업무상 따돌림, 업무 배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격노하며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공군 성추행 피해자 가족의 절규가 아직 생생한데 또다시 벌어진 참담한 사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군 지휘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서 장관 책임론에 가세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방부 장관은 총책임자로서 이른 시일 안에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그 내용에 따라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일곱 번째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