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나대지도 급매 등장…시장침체 전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심 내 나대지 일부가 급매물로 출현,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해 '8.31대책' 이후 비도시지역의 토지시장이 급랭한 것과는 달리 도심지내에서는 땅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지 않다가 최근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비도시지역내 땅값 하락이 도심지역까지 확산됨에 따라 당분간 급매물들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도심 땅값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올해말 종합부동산세 부과, 내년 시행되는 양도세 중과 부담, 건축 경기 침체, 기반시설 부담금 부과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8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에서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있는 580평 규모의 나대지가 평당 4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지난해 최고 6000만원까지 올랐던 땅이다.

테헤란로의 이면도로상에 위치한 158평 규모의 대지가 평당 2000만원 수준에 매물로 나왔다. 이 땅은 현재 건축된지 30여년 된 주택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인근 시세가 평당 3000만원대다.

테헤란로변의 나대지는 현재 평당 7000만-8000만원 수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테헤란로변은 2-3년전 부동산 호황기를 틈타 3000만-4000만원 수준이던 땅값이 두배 이상 올랐었다. 대로변 땅은 매물도 거래도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이면도로상의 대지는 최근 일부 급매물이 나타나면서 가격 하락세를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우영디엔씨의 조우경사장은 "일부 대지들이 개발시행사들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도심내에서 얼마전까지만해도 땅 구하기가 어려웠던 것에 비해 크게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 경기 침체로 도심지 땅값도 하락세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인 신갈읍내의 나대지 180평도 인근 시세가 평당 800만원대를 호가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500만원대에 가격이 내려왔지만 전혀 팔리지 않고 있다. 상업용지인 이 땅은 생활편의시설을 건립할 수 있는 것으로 신갈지역 내 인구 유입이 크게 늘고 있는 점과 크게 대비된다.

평당 2500만원 수준인 성남 모란역 인근의 나대지 300평도 최근 평당 2000만원 수준에 매물이 등장했다. 주차시설이 들어서 있는 이 나대지는 3개월전부터 팔려고 내놓은 상태지만 거래가 안 되고 있다.

도심내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급매물은 거래가 없어 한동안 조정양상을 보였던 토지시장을 더욱 냉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용지의 하락세를 부채질하는데는 기반시설 부담금이 크게 작용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급매물 출현에 대해 해밀컨설팅 황용천대표는 "실거래가 신고, 보유세.양도세 강화 등으로 신규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시장이 한동안 조정 양상이었으나 최근 세금 회피 매물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는 추세"라며 "도심 나대지의 경우 각종 기반시설 부담금 부과, 건축경기 침체 등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급매물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건축경기 둔화로 도심 부동산마저 신규 수요가 사라짐에 따라 토지 가격 전반에 걸쳐 재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