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개인전 갖는 걸레 스님 중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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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가갸거겨 가갸거겨…』 의미를 알 수 없는 언어를 읊조리며 미친 듯이 살아가고 있는 화가·시인인 「걸레 스님」 중광 (54·사진)이 5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15∼24일 예화랑.
그는 이번 전시회에 『유치 찬란』 연작 등 대작 위주의 새 작품 30여점을 내놓는다. 달마상·동자상 등 주로 선화풍의 그림을 그려온 그는 이번에 종전보다 훨씬 회화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기법을 사용했다.
그의 그림은 스스로 『유치 찬란하다』고 단정짓듯이 얼핏 어린이의 그림처럼 치졸하다.『지금껏 예술은 모두 복사품 병에 걸려 있어요. 자기 혼을 잊어버렸지요. 모든 차별과 시비를 떠난 순수 세계는 바로 동심의 세계입니다.』
중광은 자신이 「우리 예술계의 소화제」며 「이빨 없는 킬러」라며 껄껄 웃어젖힌다. 그래서 『21세기의 참다운 문화 예술의 문을 열기 위해 진실한 사기를 한바탕 치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목적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그의 그림은 파격적이다. 종래의 규격과 형식을 자유 분방하게 유린한다. 멋대로 내갈긴 드로잉은 마치 어린이들의 낙서와도 같다.
그가 이번에 선보인 콜라주 기법도 어린이들의 색종이 오려붙이기처럼 즉흥적이고 무작의 적이다.
『내 그림을 보면 순수하고 편안한 즐거움을 느낄겁니다. 그러면 됐어요. 순수하고 원시적인 세계야말로 현대의 지식인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입니다.』
중광은 자신의 그림은 깨달은 경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문화적 치졸함이야 말로 바로 탈속과 원시적 순수의 세계라는 것이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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