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야스쿠니 참배" 고이즈미, 8·15 때 참배 강행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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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일본 총리는 6일 임기 중 또 한 차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참배 시기에 대해서는 "언제 참배해도 괜찮지만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일에 맞춘 '8.15 참배'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원자폭탄 투하 61주년을 맞아 히로시마를 방문한 고이즈미 총리는 기자단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일본 총리가 일본의 시설에서 전몰자에게 애도를 표하는 것이 결코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제든지 중국과도, 한국과도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 내가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종래의 입장을 반복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3일자 e-메일 매거진을 통해서도 "취임 후 매년 한 차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것은 나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었다. 고이즈미 총리의 잇따른 참배 시사는 8.15 참배 강행을 위한 분위기 조성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편 차기 총리직에 도전 의사를 밝힌 아소 다로(生太郞) 외상은 8일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소 외상의 정책안은 먼저 야스쿠니 신사 측이 종교법인으로 지정돼 있는 법인 자격을 스스로 반납하고 재단법인 또는 특수법인으로 이행할 것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정교분리 원칙에 구애받지 않고 A급 전범의 분사(分祀)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일본에선 히로히토(裕仁) 일왕이 A급 전범 합사에 반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분사론이 높아지고 있으나 신사 측은 교리상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종교시설인 야스쿠니 신사의 분사 논의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소 외상의 이 같은 제안은 다음달 20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적극론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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