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EE서 수상 이용경 전 KT 사장 "한국 IT 위상 덕에 세계 최고상 받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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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용경(현 KT 경영고문.사진) 전 KT 사장이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세계적 학술단체인 미국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주는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 경영자 상'을 받게 됐다.

이 상은 IEEE가 '프레드릭 필립스 어워드'란 이름으로 1971년부터 매년 전 세계에서 한 명만 뽑아 수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정보기술(IT) 상이다. 역대 수상자로는 반도체 설계 원리였던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 인텔 창업자와 세계적인 IT 연구기관인 미국 벨연구소의 역대 소장들이 포함돼 있다. KT는 이 전 사장이 올해 초 로버탐(영국 BT의 전직 최고기술책임자) 박사 추천으로 후보에 오른 뒤 최근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KT 관계자는 "한국을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 강국으로 만들었고, 30여 년간 광통신 분야에서 국제 협력에 기여한 공로를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내년 초 IEEE의 정기학회 개막행사에서 열린다.

이 전 사장은 "한국인 최초의 수상이라 더욱 기쁘다"며 "이번 수상의 영광은 IT 강국의 위상 덕분이라 개인이 아닌 한국인 모두가 받은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KT 사장 재임 시절 초고속 인터넷으로 IT 강국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던 게 행복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사장은 다음달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후배 양성에 나선다. 그는 "차세대 인터넷 주소(IPv6) 등 첨단 IT 분야를 강의할 예정"이라며 "학문적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KT에서 경험했던 현장 이야기를 젊은 대학생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공학도들도 기술은 물론 시장이나 서비스의 관점에서 미래를 봐야 한다"며 "시장이 있어야 기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사장은 지난해 8월까지 3년간 민영화 1기 KT 사장을 지냈다. 그는 사장에서 물러난 뒤 올 3월까지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인 '켈로그스쿨'에서 한국의 첨단 IT 기술을 강의했었다. 이 전 사장은 서울대(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버클리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75년부터 2년간 미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조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79년부터 미국 벨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그는 91년 KT에 몸담았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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