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최용수 "정조국이 나를 닮았다"

중앙일보

입력

5일 열린 FC 서울-FC 도쿄의 친선경기는 '독수리' 최용수에게 최고의 은퇴 무대였다.

은퇴경기를 앞두고 후배 선수들과 함께 뛰며 준비를 해왔지만 사실 폭염 속에서 체력에 자신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경기개시 3분만에 상대 문전으로 돌진하는 순간 골키퍼와 상대 수비수가 충돌하는 상황이 연출돼 공을 뺏아낼 수 있었고 곧바로 두두에게 패스,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반 39분에는 박주영의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아쉽게 골대를 맞히고 말았다. 걱정이 앞섰던 경기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최용수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관중들도 여느 A매치 못지 않은 6만 명이 넘었다.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도 구단과 서울시가 함께 벌인 홍보활동이 큰 성과를 보인 것이었다. 최용수에겐 잊지 못할 경기가 된 셈이다.

전반 44분 후배 김동석과 교체된 최용수는 하프타임 때 열린 은퇴식에서 FC 서울 팬들은 물론 FC 도쿄의 원정 서포터의 기립박수를 받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최용수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비슷한 선이 굵은 축구를 하는 정조국에게 많은 애정을 표시했다. 박주영 역시 후배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로 지목하며 코치로서 많은 점을 도와주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장치혁 기자

●최용수 기자회견 전문

-은퇴 소감은?

▲행복한 선수생활을 했다. 어릴 때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축구 한 길만 걸어왔다.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너무나도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 내 자신은 특이한 인생을 살았다. 축구에만 빠져 살았다. 오늘 같이 많은 관중들 앞에서 내가 선수생활을 시작했던 FC 서울에서 마무리하게 돼 행복하다.

-다소 이른 감이 있는데.

▲우리 팀에는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한 걸음 물러나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이제 내가 한 골 넣는 것과 후배들이 넣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싶었다. 후회 없는 운동생활을 했다.

-일본에 있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일본 기자 질문)
▲일본말로 답변을 하고싶은데 완전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아쉽다. 정말 많은 서포터들의 성원을 잊을 수 없다. FC 서울의 서포터와 똑같은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이치하라의 팬들을 비롯해 서포터의 성원과 사랑이 없었다면 5년간 일본생활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야유보다 격려를 해줬다. 힘들 때 받은 팬레터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축구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아마 고등학교(동래고) 때 KBS배 춘계대회 결승전에서 골을 넣었을 때다. 당시 우리 학교가 28년만에 우승을 했었다. 부산에 돌아가니 난리가 나있었다. 결코 잊지 못한다.

-어린 선수 중 자신의 계보를 이을만한 선수는 누구인가.

▲내가 한국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었다니, 과찬의 말이다. 언론에서 가끔 그런 표현을 쓰곤 하는데, 2번의 월드컵 본선에서 잘 했더라면 모르겠지만 과한 표현이다. 어쨌든 요즘 어린 선수들을 보면 내가 좋아하는 선이 굵은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많다. 특히 우리 팀의 정조국 같은 선수는 가지고 있는 무기가 많다. 자기가 꺼낼 줄을 몰라서 그렇지(웃음). 박주영 선수도 나이에 비해 장점도 많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본인도 노력해야 하고 코치인 나도 노력하면서 도와갈 것이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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