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박성민이 1급" 분노…고대생 '박탈감닷컴'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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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연합뉴스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연합뉴스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임과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사이트 '박탈감닷컴'(박탈감.com)도 개설됐다.

26일 박탈감닷컴에 따르면 사이트의 개설자 A씨는 자신이 박 비서관과 같은 고려대 출신이며,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들이 "청년들의 박탈감을 헤아리지 못하고 눈물의 쉴드(보호막)를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정당에도 가입한 적이 없다"며 "화가 나서 (사이트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사이트를 문답형식으로 꾸몄다.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부터 알려드리겠다. 박 비서관은 공무원의 끝판왕('최고'라는 신조어)인 1급"이라며 그의 이력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청년비서관이면 청년의 힘듦을 대변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냥 정당 활동밖에 안 보인다"며 "박 비서관은 정당 활동 외 별다른 취업활동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데 무슨 청년비서관을 한다는 것이냐. 최고위원은 대단하긴 하지만 청년의 힘듦을 아는 거랑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또 "행정고시(5급)에 합격해도, 대부분 30년 동안 일하고도 1급도 안 된 채 정년퇴직을 한다"며 "이렇게 고생해서 5급이 됐어도 결국 취업 경험도 없는 25살 대학생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박 비서관이 청와대 출근 첫날 현안 보고를 받은 걸 꼬집은 것이다.

[박탈감닷컴 사이트 캡처]

[박탈감닷컴 사이트 캡처]

이어 A씨는 "청년비서관은 별정직 1급 공무원이다. 연 약 5000만원을 받고 각종 수당을 더하면 그 이상"이라며 "여러분 취업준비 왜 하시냐. 대학 졸업 안 하고 취업 경험 없어도 여의도 가서 내가 청년을 대변하겠다고 하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지 모르겠다. 뭐가 공정이냐" "박성민의 사례를 보며 좌절감과 박탈감만 든다" "쉴드치는 민주당 의원들 보면 진심으로 역겹고 토나온다" 등 20대 대학생과 고시생의 말을 전했다.

A씨는 청와대를 향해 "청년들은 지금 큰 박탈감을 느낀다. 공정이라는 말 더이상 하지 마시라. 역겹다"며 "박 비서관이 계속 그 자리에 있다면 청년들은 더욱 행동에 나설 것이다. 빠른 판단을 기대한다"고 경고했다.

또 민주당을 향해서도 "청년들은 바보가 아니다. (박 비서관을) 보호할수록 더욱 분노를 느낀다"며 "한명이 1급 된 거 가지고 이렇게까지 하냐고 생각할 것이다. 청년들은 이렇게 행동할 수도 있다. 청년들을 아는 척 위하는 척하지 마시라. 보호하려 든다면 더욱 강력한 행동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 비서관에게도 "제안을 수락한 당신도 공법이다. 당신으로 인해 청년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몰랐다면 이미 자격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진해서 내려온다면 그나마 남은 명예라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엔 '박성민 해임' 국민청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한편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성민 청년비서관 해임을 청원한다'는 글도 올라와 사전동의 요건(100명 동의)를 충족했다. 현재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이라고 밝힌 청원인 B씨는 "박 비서관의 임명 뉴스를 보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평범한 청년으로서 박 비서관 임명 뉴스를 보고 가장 주되게 느꼈던 감정은 박탈감·회의감·무력감·허무함이었다"며 "9급 공무원이 되기도 매우 힘든 사회가 되어버린 현재, 수많은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기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박 비서관은) 어떠한 시험도, 어떠한 공정하고 공개적인 실력검증도 없이 공무원으로서 경험이 전무하고 당에서 2년 남짓 활동을 한 게 전부"라며 "그가 공무원 최고 급수인 1급 자리에 놓인것은 매우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청년들을 위한 처사가 아니고 그저 '박성민'이라는 단 한 명의 청년을 출세시켜 준 것일 뿐"이라며 "그를 해임해달라. 진정 청년들을 위한 게 맞는 지 공정하고 투명한 게 맞는 지 심사숙고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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