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이권 거머쥔 조합 로비에 목숨 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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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재건축.재개발 비리는 현 도시정비사업 시스템상 조합에 막대한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비롯된다.

조합은 재건축.재개발 공사를 맡을 건설회사 선정에서부터 함바식당(공사 현장 내 식당) 운영자 선정에 이르기까지의 이권을 사실상 쥐고 있다. 일거리가 없어 시공권을 따려는 건설회사들이 거액의 뒷돈을 갖다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H건설 재개발 담당 임원은 "요즘 서울.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사업 외엔 일감을 찾기 어려워 건설사들이 사운을 걸고 경쟁을 벌인다"며 "이 때문에 조합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공권에 욕심을 부리는 건설사들은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뿌리기도 한다.

조합임원 및 건설회사와 결탁한 정비사업 전문업체도 비리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이들 업체는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상향 조정 등 각종 인허가 과정에 개입하면서 프로젝트당 수억~수십억원을 컨설팅비로 챙기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관련 인허가 부서에 근무한 공무원이 퇴직 뒤 정비업체를 차리고 해당 행정관청의 인허가 과정에 개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부패 비용'은 고스란히 분양가에 전가되고 결국 조합원과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를 분양받는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된다.

A정비업체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수주 과정에 들어가는 로비자금만도 총 사업비용의 8~12%에 달한다"고 말했다. D건설 임원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뿌리 깊은 부패 사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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