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흥행기록 만큼 완벽한 영화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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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이 온갖 흥행기록을 먹어치우고 있다. 반응도 호평 일색이다.

'괴물'의 위력은 연출자 봉준호 감독에 대한 신뢰에서 기인한다. 봉감독은 '플란다스의 개'로 비평적 지지기반을, '살인의 추억'을 통해 상업적 능력까지 검증받았다. '괴물' TV 광고가 칸영화제에서 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봉감독의 모습을 오프닝 컷으로 썼을 정도다.

봉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의 복합성, 즉 비극과 희극을 공존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괴물'에서 사망자 가족 분향소 장면이 이를 증명한다. 일본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가 연상되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괴물'은 완벽한 영화인가. 극적 구조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봉감독의 전작 '살인의 추억'의 경우 실화라는 기본적 비극성 때문에 영화 전체 무드가 잡혔다. 그런데 '괴물'은 비극의 필요성이 애매하다. 변희봉과 고아성의 희생도 무의미하게 보인다.

영화 속 반미감정도 지나치게 표적화 됐다. 한미관계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단순한 미국 조롱우화로 보인다. 또한 지나치게 괴수영화적이다. '고지라'로 대표되는 일본 괴수영화의 약점을 그대로 답습했다. 영화에 정치적 상징성을 부여하다보니 실제 괴수가 사라졌다.

미군 오염물질로 탄생한 괴물의 설정은 핵 돌연변이 '고지라'를 떠올린다. 핵의 피해자이면서도 방사능 화염을 내 뿜는 고지라는 미국 자체를 상징했다. 괴물도 미국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미국을 상징한다. 괴물이 화염병에 쫓기며 부랑자가 쏟은 휘발유를 뒤집어쓰고 송강호에게 죽창으로 찔리는 대목은 마치 운동권 노래 가사와도 같다.

괴물 디자인에 개성이 없다는 것도 치명적이다. 괴물은 영화 내내 교각 구조물을 타고 이동하지만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정말로 속편까지 고려했다면 좀 더 캐릭터성을 부여해도 좋았을 것 같다.

봉감독은 다소 거리감을 두고 괴물영화에 접근한 듯하다. 장르적 매력이 영화에 배어들지 않았다. 장르적 매력을 너무 확신해 오히려 장르에 경도돼 버리는 박찬욱 감독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1000만 관객 돌파가 시간문제로 보이는 화제작 '괴물'이다. '실미도', '왕의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적 신드롬으로 재편될 기세다. '실미도'는 북파공작원 문제, '왕의 남자'는 동성애 논란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풍자로 화제가 됐다. '괴물'은 미군기지 반환문제와 환경오염 문제로 사회뉴스에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영화적 관점에서 '괴물'에 대한 다양한 비평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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