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식수시장 뜨거운 쟁탈전|독점 불 업자에 영업체서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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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영국시장을 주름잡던 프랑스의 식수회사들이 최근 영국 식수회사들의 강력한 도전을 받아 고전하고 있다.
프랑스의 3대 식수회사들은 지금 영국정부의 식수시장 민영화방침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의 3대 식수회사들은 큰 재미를 보아왔다. 87년도만 해도 제너럴데조사는 10억5백만프랑(약1천1백억원), 리요네스데조사는 4억3천9백만프랑, 소르사는 1억5천7백만프랑의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이들 식수회사가 큰 수익을 올린 것은 소비자 층의 구매욕을 부추기는데 성공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프랑스 국내에서 더 이상판매량을 확장하는 것은 한계에 다다랐다.
따라서 프랑스 식수회사들은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됐고 때마침 호재로 등장한 것이 영국의 식수시장 민영화 조치다.
영국의 식수는 프랑스에 비해 질이 훨씬 떨어지는 데다 그 수요가 엄청나 뚫고 들어갈 여지가 무궁무진해 프랑스 식수회사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 후 프랑스 식수회사들은 앞다투어 영국에 진출하기 시작, 리요네스사의 경우 런던의 영국식수회사 연합회사무실 바로 옆인 퀸앤즈게이트에 지사를 설립했다.
프랑스 식수회사들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 철저한 전문 경영체제를 채택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들은 「물은 만인의 공유물」이라는 기본적인 개념 하에 염가봉사 원칙을 내세워 영국의 3만6천명 시장들과 독자적인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 식수회사들은 영국 물값의 K계수(K계수란 인플레에 대한 물값상승허용률)를 결정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또 수요자들이 공급되는 식수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투표를 통해 시장을 몰아낼 수 있어 시장의 수의계약부정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결국 프랑스 식수회사들은 자사식수의 높은 품질과 영국의 유리한 제도에 힘입어 영국식수시장을 30% 이상 잠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식수희사에 언제나 탄탄대로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경쟁체제인 프랑스시장과는 달리 영국은 지역별로 식수시장이 독점화 돼있기 때문에 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영국 식수회사들도 경영쇄신과 품질향상을 통해 프랑스기업 따라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옛날처럼 마냥 여유를 누릴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 진출한 프랑스 식수회사들은 식수분야이외에도 호텔·양로원·방송분야 등에까지 폭넓게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영국시장을 파고 들어가고 있다.
이제 영국과 프랑스의 식수전쟁은 양국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로까지 발전되어 가고있는 느낌이다.

<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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