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담합 단지 '호가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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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가 아파트값 담합 행위를 단속하면서 적발한 한 아파트의 가격담합 안내문.(자료사진=중앙포토)

건설교통부가 집값을 담합했다며 아파트 단지 58곳을 공개한지 3일로 12일째를 맞았다.

가격 담합 낙인이 찍힌 아파트 단지들에는 건교부의 조치에 대한 반발감이 아직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매매 호가도 담합단지 발표 이전과 큰 변동이 없다. ‘호가 버티기’가 여전한 것이다.

매수세 꺾이고 매물도 없고

집값 담합 단지 발표 이후 해당 아파트에는 가격 끌어올리기 위한 플래카드나 전단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주민들은 “억울하다”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와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샘터효성 등 담합 단지로 지목돼 시세정보 제공이 중단된 아파트 단지의 시세는 거의 움직임이 없이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신림동 신림푸르지오 25평형 호가는 3억2000만~3억3000만원(로열층 기준)으로 한달 전 시세 그대로다. 34평형도 지난 6월 4억3000만~4억5000만원에서 큰 변동이 없다.

신림동 대한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해당 단지 집주인들은 여전히 높은 집값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의 담합 아파트 지목에 대해 주민들이 ‘호가 버티기’로 맞서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동작구 사당동 GS자이도 보합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려는 사람도 없어 거래가 뚝 끊겼다. 이 아파트 24평형은 3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 32평형도 4억~4억5000만원으로 한달 전 시세와 같다.

사당동 장수부동산 관계자는 “여름 비수기여서 가격 움직임이 별로 없는 데다 예전 거래가와 매도가의 차가 커 매수자가 있다고 해도 쉽게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합 단지가 많이 포함된 경기도 부천 상동과 중동지역도 호가가 빠지지 않고 있다. 부천 원미구 상2동 백송마을 LG.SK 48평형은 매매 호가가 8억원으로, 6월 실거래가보다 2억원 이상 단기 급등했지만 가격이 더 이상 내리기 않고 있다.

거래 끊겨 중개업소마다 ‘개점 휴업’ 상태

담합 단지에선 매수세도 없지만 그렇다고 매물도 늘지 않는다. 해당 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그냥 한산한 분위기”라고 잘라 말한다.

집값 담합 단지가 상당수 포함된 고양시 행신동 일대 부동산시장은 거래가 완전 중단됐다. 이 일대 중개업소들이 집단 휴가(7월31일~8월3일)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행신동 쌍용공인 관계자는 “가격 담합이 심한 곳으로 낙인이 찍혀 매수세가 뚝 끊어진 데다 여름 비수기여서 거래도 없는 상태여서 아예 집단 휴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시장은 여름 휴가를 맞고 있지만 매매 호가는 여전히 강세다. 행신동 샘터 효성 39평형은 4억원선으로 보름전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 매입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찾기 어렵다. 쌍용공인 관계자는 “예전에 매입을 문의해 왔던 손님들도 ‘일단 좀더 지켜보자’며 매입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름푸르지오 아파트도 같은 형편이다. 단지 인근 OK공인 관계자는 “요즘이 워낙 비수기인 데다가 담합 발표 후 사겠다는 사람도 없어 호가가 내릴 법도 한데 시세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여름철 비수기가 지난 후에야 시장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린 억울하다”…주민 불만 여전

집값 담합아파트로 지목된 단지 주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는다. ‘억울하게 건교부에 당했다’는 심리가 팽배하다. 부천시 중동 대림아파트에 사는 한 주부는 “우리 단지보다 먼저 담합해 시세가 오른 ‘버블 세븐’ 지역은 건들지 않고,대신 집값이 너무 싸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다가 제값 받으려는 주민들을 마치 죄인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고양시 화정동 달빛단지 신안아파트 주민도 “잘못이 있다면 다른 곳에서 담합할 땐 가만히 있다가 남들 안할 때 한 것밖에 없다”며 “그동안 경기 서북권이라는 지역적 한계로 많이 소외받아 왔는데 이참에 호가를 더 올려 유명세를 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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