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기업의 성장이 더뎌지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들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기업경영분석(속보)’을 발표했다. 외부 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2만587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해 성적표다.
기업의 성장세는 날이 갈수록 둔화했다. 지난해 조사 대상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은 -3.2%로 2019년(-1.0%)보다 크게 하락했다. 1년간 기업을 운영했지만 오히려 매출 규모가 줄었단 얘기다. 2019년에 이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출액 증가율은 2017년 9.9%를 기록한 뒤 2018년 4.2%로 반토막 난 뒤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특히 대기업의 역성장이 두드러졌다.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019년 -1.5%에서 지난해 -4.3%로 낮아지면서 같은 기간 중소기업(1.5%→0.8%)보다 크게 하락했다.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재무비율 상위 25%에 해당하는 1분위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증가율은 -17.6%로 2019년(-12%)의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019년 -2.3%에서 지난해 -3.6%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반도체 호조세에 힘입은 전자·영상·통신장비(-8.4%→7.5%)의 매출액 증가율이 크게 반등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정제·코크스(-6.8%→-34.3%), 화학물질·제품(-6.8%→-10.2%)의 매출이 큰 폭 하락했다. 비제조업도 같은 기간 0.8%에서 -2.6%로 마이너스 전환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비중이 큰 석유정제 화학기업이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이 어려워진 비제조업의 매출액 하락도 두드러진 부분”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기업도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영업이익 대비 금융비용(이자) 부담을 나타나는 지표인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의 비율은 2019년 31%에서 지난해 34.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자보상비율이 500%이 넘는 기업의 비율도 40.9%에서 41.1%로 확대됐다. 양극화가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른바 ‘K자형 성장’ 등으로 인한 양극화가 나타난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석유정제나 기타운송에서 적자 기업이 늘면서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이 증가한 반면, 전자·영상·통신장비 등 일부 흑자기업의 이익률은 좋아지며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의 기업도 동반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매출 감소에도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다소 개선됐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1%를 기록해 2019년(4.8%)보다 좋아졌다. 제조업(4.7%→4.9%)의 영업이익률 개선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전자·영상·통신장비(6.1%→9.0%)이 견인했다. 비제조업(4.9→5.3%)도 국제유가 하락으로 연료비가 감소한 전기·가스업(0.6%→5.6%)의 수익성이 소폭 개선됐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다소 좋아졌다. 지난해 기업 부채비율은 97.4%로 2019년(97.6%)보다 낮아져 안정성이 소폭 개선됐다. 전자·영상·통신장비(34.5%→37%)의 부채 비율이 신규 투자의 영향으로 높아지는 등 제조업 부채비율(63.8%→65.5%)이 늘었지만, 비제조업(150.5%→146%)의 부채 비율이 낮아진 영향이 컸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