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냉동배아 생명체 논란 법정다툼

중앙일보

입력

아일랜드의 고등법원에서 냉동 배아의 태어날 권리를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별거중인 부부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 부부는 시험관 수정으로 얻은 배아를 4년째 냉동상태로 보관해 오다 부인이 이를 해동해 자신에게 착상시켜 아이를 낳겠다며 이를 반대하는 남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

3일 시작된 이 재판의 법률적 쟁점은 아직 태어나지 않고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태아의 태어날 권리를 인정하고 이를 보호한다는 1983년 아일랜드 개정 헌법으로 당시 불분명하게 정의된 '태아'의 개념을 이를 냉동 배아까지 확대 해석할 수 있는 지 여부다.

부인의 변호인 제러드 호간은 "재판부는 개정 헌법을 냉동 배아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만약 그렇다면 재판부는 냉동 배아를 부인에게 착상토록 판결하는 게 배아의 권리를 가장 옹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편의 변호인 존 로저스와 국선 변호사인 도널 오도넬은 이들 부부가 별거중이고 결혼이 파국에 이르렀기 때문에 남편에게 배아의 사용을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실험실에서 생산된 배아에 헌법상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대답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시험관 수정이 늘어가면서 배아의 권리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논쟁도 뜨거워 지고 있는데 미국 시카고에선 지난해 사고로 보관소가 부서져 수정란을 잃은 한 부부가 시험관 수정 병원을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더블린<아일랜드>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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