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기 조종법 내가 가르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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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최고령 직원인 운항훈련팀의 권상용 교관. 권 교관은 올해 66세로 정년(60세)을 6년이나 넘겼다. 그런데도 월~금요일 오전 7시 어김없이 출근을 한다. 그는 기장.부기장들을 대상으로 보잉 747기 조종법 등을 가르친다. 신입 조종사 교육도 한다. 자신도 "기장 정년인 60세도 채웠고, 이후 6년째 전공을 살려 교관으로 일하고 있으니 행운아"라고 말한다.

사실 이런 행운은 조종사라서 가능했다. 조종사는 전문직이고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정년을 채운다. 그러나 조종사라고 누구나 66세까지 현직에 있지는 않다. 은퇴한 동료 중에는 "다시 비행하고 싶다"는 이들도 있다. 세계를 누비던 많은 조종사가 은퇴를 하면 산행 등으로 소일 하며 답답해 하기도 한단다.

권 교관은 기장 시절부터 주목받아 59세부터 조종사와 교관 생활을 병행했다. 비행 일정으로 바쁠 때도 밤을 새워 강의 준비를 했다. 그는 두 가지 일을 함께할 수 있었던 비결을 털어놨다. 철저한 자기관리였다. "규칙적 생활을 하고 무리하지 않는다. 식사도 보통사람의 3분의 1 정도만 하고, 술자리가 있어도 며칠씩 연달아 과음하지는 않는다." 군살 하나 없고 표정도 활기차 66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는 이유도 자기관리 덕이었다.

그는 지금도 쉬지않고 새로운 것을 공부한다. 그는 포토숍과 파워 포인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강의 자료를 직접 만든다. 인터넷을 찾아 독학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주위에 물어 배운 컴퓨터 활용능력이 교관들 사이에선 1인자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다. 주말에도 새로운 기종의 매뉴얼, 바뀐 비행규칙과 법령을 익히느라 바쁘다. 후배 기장들이 "평소 긴가민가하던 부분을 교관님이 잘 짚어 주셨다"고 감사 인사할 때가 가장 보람있다고 했다.

권씨는 해군사관학교 18기생으로 1964년 임관했다. 73년 해군항공대에 들어가 잠수함 정찰기를 몰았다. 89년 소령으로 전역, 당시 새로 생긴 아시아나항공에 들어와서는 계속 조종사로 일했다. 33년간 비행기 조종간을 잡은 셈이다. 정년퇴임 후 계약연장(1년 단위)을 벌써 여섯 번이나 했다. 연봉은 조종사 시절의 3분의 1로 줄었다. 그래도 마냥 즐겁다고 한다. 권 교관은 "앞으로도 현역으로 남고 싶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 분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면 그만큼 노력하게 된다. "

◆ 특별취재팀=송상훈 팀장, 정철근.김정수.김영훈.권근영 사회부문 기자, 염태정.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김은하 탐사기획부문 기자, 조용철 사진부문 부장, 변선구 사진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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