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높은 여름이면 허리가 욱신욱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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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濕)의 세력이 왕성한 여름이다. 이맘때쯤 허리 통증(요통)이 심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한방에선 이를 "허리에 습이 찬다"고 표현하고, 허리 통증을 '습요통'이라 부른다. 땀구멍을 통해 습기가 몸 안으로 들어가 허리 근육과 신경계에 혼란을 일으킨 탓이다. 마치 돌을 얹은 것처럼 허리가 무겁고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이 축 늘어지는 것이 주증상이다.

장마철에 습요통과 흔히 동반되는 한방 질환이 '습열(濕熱)요통'이다. 이는 무더위의 열기와 장마철의 습기가 번갈아가며 몸을 자극한 결과다. 허리가 무겁고 아픈 것은 습요통과 같지만 열로 인해 허리 부위가 화끈거리는 '고통 두 배'의 질환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김상헌 원장은 "평소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으면 순환과 소화 능력이 떨어져 외부에서 들어온 습열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이게 된다"며 "습열 요통 환자는 지방 섭취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寒)요통'도 여름철 요통의 한 종류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장마철이나 냉방이 지나친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열대야를 피해 야외에서 잠을 자는 것도 원인이다. 추위에 민감한 체질을 가진 사람에게 더 자주 발생한다.

이런 여름철 3대 한방 요통을 예방.경감하려면 무엇보다 습을 잡아야 한다. 습은 일순간에 침투하기보다 조금씩 몸에 스며든다.

광동한방병원 김제관 진료부장은 "비만한 사람은 습한 체질이기 쉬우므로 습을 피하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며 "비 오는 날에 비를 맞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습도가 높은 곳에서 야외 활동을 하거나 폭우를 무릅쓰고 운동하는 것은 금물이다. 운동.외출 후엔 최대한 빨리 샤워를 하고 몸을 말린다.

실내 습도 조절도 중요하다. 하루 종일 냉방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경우 허리 보온을 위해 보호대를 착용하거나 퇴근 후 30분 내에 온욕을 하는 것이 한요통의 예방법. 방안 공기를 따뜻하게 하고, 헤어 드라이어로 차가워진 허리에 따뜻한 바람을 쐬어 주면 좋다.

가만히 누워 쉬는 것은 좋지 않다. 오히려 가벼운 스트레칭과 지압.마사지를 통해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해 주면 통증이 완화된다.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서서 손으로 허리를 받치고 몸을 뒤로 젖혀 5초가량 유지한 뒤 다시 펴 주는 스트레칭 동작을 반복해 보자. 틈틈이 5~10초가량 크게 기지개를 켜거나 가볍게 허리를 돌려줘도 근육 긴장이 풀어진다. 척추 뼈 양쪽의 기립근을 손가락이나 손바닥으로 가볍게 마사지하는 것도 괜찮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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