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와일드 카드' 조지훈 9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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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16강전
[제1보(1~18)]
白 9단 趙治勳 | 黑 5단 元晟溱

조치훈9단은 스폰서인 삼성화재 측 추천 케이스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단 한장 주어지는 이 와일드카드는 조훈현9단의 스승인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9단이나 중국위기협회 주석 천쭈더(陳祖德)9단 같은 '흘러간 명가수'들에게 주어지곤 했다.

한국 바둑의 기린아로서 일본 '대삼관'에 빛나는 조치훈9단이 이런 식으로 세계대회 본선에 참가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찡해온다. 승부세계에도 세월은 변함없이 흐르고 그 세월은 모든 것을 거두어간다.

8월 29일 유성 삼성화재 연수원. 오전 9시30분에 조치훈9단과 원성진5단이 마주 앉았다. 콧수염을 기른 趙9단의 얼굴은 진한 구리빛이다. 올해 47세. 이틀 전의 32강전에서 한국의 신예 강호 김주호4단을 꺾었다. 비록 한물 갔다고는 하지만 조치훈은 한 시대를 휩쓴 사람.

18세의 팔팔한 젊음을 지닌 원성진5단은 요즘 거칠 것이 없다. 거의 모든 기전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이 대회 32강전에서도 중국 랭킹 1위 왕레이(王磊)8단을 무찔러버렸다.

돌을 가리니 元5단의 흑. 우상귀에 첫수를 두자 趙9단도 신중히 화점을 차지한다. 8로 먼저 걸치고 10으로 재차 걸친 수가 특이한 취향이라고 한다. 14를 먼저 둔 수도 옛스럽다. 요즘은 18의 빈삼각이 싫어 사라진 정석이다.

백은 그러나 8과 9를 먼저 교환한 때문에 '참고도'와 같은 최신 정석을 두기 어렵다고 한다. 이 그림은 흑이 활동적이며(A를 노릴 수 있다) 백△가 어정쩡한 수로 변했기 때문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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