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소년, 한국 사랑의 의술에 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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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한국인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나보다 남을 위해 살겠습니다"

10일 전북 익산의 원광대병원(병원장 김재덕)에서 심장병 수술을 마친 이라크 소년 모하마(13.Mohamma Ahmad othman)군은 "축구도 하고 싶고 친구들과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았던 모하마군은 오랜 기간 전쟁과 내전으로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아보지 못해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할지도 모를 처지였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의 의술은 원불교와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 국내 7대 종단이 연합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대표회장 백도웅 목사)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특히 원불교중앙총부는 무료수술을 포함해 체류에서 관광, 간병에 이르기까지 모든 비용을 부담, 무료 수술의 의미를 더했다.

수술은 흉부외과 최종범 교수의 집도로 5시간 만에 끝났고 모하마 군은 현재 중환자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최교수는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믿어지지 않았다"면서 "우리 나라는 의료기술이 발달해 심장병은 1-2세 때 수술을 하는데 수술은커녕 항생제 한 알 먹지 않고 10년 이상을 버텨온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술이 낙후된 이라크에서 심장병을 고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심실중격결손증을 앓고 있는 모하마 군은 평소 건강상태가 썩 좋지 않아 어떤 수술보다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아들의 수술을 지켜본 아버지(40)는 "가난 때문에 약 한번 제대로 못써 아들을 볼 때마다 늘 죄책감과 안쓰러움 속에서 살았다"면서 "친구들이 축구 경기를 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던 아들이 이제 그들과 함께 운동장을 누빌 수 있게 돼 기쁘고, 아들의 새 삶을 찾아준 한국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모하마군은 2주 가량 회복기를 거치며 상태에 따라 미륵사지석탑 등 익산지역유적지를 관광한 뒤 이라크로 돌아갈 예정이다.

(익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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