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하기 어렵다" 피하던 김부겸, 부동산·암호화폐엔 단호 왜

중앙일보

입력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27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27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청문회를 앞둔 국무위원 후보자들은 기자들의 현안 질문에 대개 즉답을 피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답하곤 한다. 말실수로 괜한 오해를 살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득 될 게 없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28일로 8일째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데, 출근 때마다 대기하고 있는 기자의 질문을 받는다.

김 후보자는 “제가 답하기 어렵다”, “청문회 과정에서 질문이 나오면 그때 답변드리겠다”는 식으로 즉답을 피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선 “대통령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자기 생각은 밝히지 않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 후보자가 예외적으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는 이슈들이 있는데, 부동산과 암호화폐(가상화폐)가 그렇다.

김 후보자는 지난 22일 “부동산 정책은 변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원칙에 관한 부분은 허물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출 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김 후보자는 다음날인 23일엔 “원칙을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 줄 수 있다”고 했다. 26일엔 “청문회를 앞두고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도 “투기세력들의 뒤를 쫓아가는 듯한 그런 모습은 정책의 신뢰를 흔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하기도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 후보자는 암호화폐 문제에 대해 26일엔 “쉽게 답변 드리기 어려울 거 같다”고 했다. 하지만 27일엔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가져온다는 게 쉽지 않다”며 “전 세계적으로 아직 거래 자체를 불법이라든가 탈법의 지대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가상화폐 자체를 기존 화폐나 금융 상품처럼 취급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28일 출근길에선 “(암호화폐 관련)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그들(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정부의 의무”라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이 여권 내에서도 엇갈리는 상황에서 나온 답변이었다.

김 후보자는 전직 대통령 사면,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정쟁으로 번질 수 있는 이슈에는 답을 피하면서도, 부동산, 암호화폐 같은 민생 관련 사안에는 입장을 밝혀왔다. 부동산과 암호화폐 이슈는 특히 각각 3040세대, 2030세대의 관심사로 향후 대선의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이나 암호화폐는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선택할 경우 바로 불붙을 수도 있는 이슈이다 보니까 김 후보자가 그래도 입장을 밝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면 이슈 등은 찬반이 나뉘다보니 발언에 있어서 총리 후보자 신분일 때와 아닐 때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동산이나 암호화폐 등 정책 이슈는 총리 후보자 신분을 떠나서 정책을 바라보는 입장은 있을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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