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줄기세포 '임상 환자 구하기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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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로 촉발된 줄기세포 치료기술의 실용화 논란이 엉뚱하게도 성체줄기세포 분야로 확산되면서 환자들이 임상시험 참여를 기피, 의료진의 애를 태우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바이오기업과 의료기관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진행 중인 성체줄기세포 연구 및 상업화 임상시험은 척수마비, 간경화, 뇌경색, 파킨슨병, 뇌졸중 등의 분야에서 모두 110건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의 난치병 치료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부각되면서 줄기세포 임상시험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차 줄기세포 주입 이후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진 척수마비환자 황모(39.여)씨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심화됐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자체 개발한 줄기세포치료제를 임상시험 중인 A 바이오기업의 경우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닌데도 첫 임상 환자 이후 적절한 추가 임상 참여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식약청에서 임상 허가를 받은 이후 지난해 11월 한 명의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끝냈지만 아직 후속 임상 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근의 줄기세포 임상에 대한 우려가 지원자를 감소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임상시험이 발표될 때만 해도 임상시험에 참여하겠다는 환자가 줄을 섰었지만 지금은 이 환자들에게 연락을 해도 반응이 시원찮다"고 덧붙였다.

현재 줄기세포 임상을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다른 대학병원이나 바이오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임상 대기 중인 일부 환자들의 경우 부작용의 우려 때문에 줄기세포 주입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거나 가족들이 환자의 줄기세포 치료를 만류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는 게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줄기세포 임상시험을 대규모로 진행 중인 한 대학병원 교수는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우려하는 환자들이 늘면서 임상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병원 임상위원회(IRB)의 심의를 거쳐 식약청으로부터 응급이나 상업용으로 임상허가를 받아 진행되는 만큼 큰 문제가 없는데도 과도하게 우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도 "현재의 성체줄기세포 치료 기술은 다양한 임상시험을 거쳐야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단계"라며 "해당 환자들이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보다 해당 의료진과 우선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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