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황 교수 민간지원금도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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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서울대 황우석 교수 사태와 관련해 전방위 감사에 나선다. 정부 예산에서 나간 연구비뿐 아니라 기업 등에서 받은 지원금에 대해서도 감사하기로 했다.

또 황 교수에게 지원된 연구비의 일정액을 관리비 명목으로 서울대가 사용하고, 논문 조작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황 교수 사태와 관련한 서울대의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감사 어떻게 하나=감사원은 감사 범위를 폭넓게 잡고 있다. 황 교수에게 순수 연구비 명목으로 들어간 정부예산 84억원이 어떻게 지원됐고, 어디에 쓰였는지가 우선 감사 대상이다. 세계줄기세포허브나 황우석 연구동 등 시설 투자가 적정한지, 결정 과정에는 문제가 없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과기부.정통부.복지부.교육부.농림부.외교부와 서울대, 서울대병원 등을 감사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정부 지원금보다 민간의 지원금을 더 주목하고 있다. 황 교수에게 돈을 지원한 기업은 SK그룹.포스코 등이며, 규모는 40억~50억원인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하고 있다.

감사원이 민간 지원금을 감사할 수 있는 근거는 황 교수가 국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기업.재단.법인 등이 공무원에게 지원한 돈은 국가 수입으로 잡힌다.

장부에 기재하는 방법으로 정부에 보고해야 하며 사용 후에는 영수증 등을 갖춰야 한다. 돈을 쓴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소명하지 못하면 횡령으로 간주한다.

장부 조사나 면담에서 사실 확인이 안 되면 계좌추적권을 발동할 예정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법은 투명하게 회계 처리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계좌추적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다음 주에 감사를 시작해 2월까지 마무리하겠다"며 "황 교수와 사의를 표한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등 핵심 관련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정조사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날 당정협의를 열고 필요할 경우 국정조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정부는 또 이해찬 총리 주재로 국정 현안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황 교수의 최고 과학자 지위와 과학기술위원회 위원 등 13개 공직을 박탈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황 교수 경호인력을 철수시켰다.

◆ 서울대 책임론 제기=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성명에서 "이번 논문조작 사건은 대학 사회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학문적 범죄 행위"라며 "황 교수 연구팀이 과학자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관련 연구자들의 징계를 징계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장의 사과 성명 이후 서울대 책임론이 불거졌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 교수의 논문조작의 1차 책임은 서울대에 있다"며 "정 총장의 대국민 사과문을 봤는데 국민에 대한 사과라고 하기엔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황 교수 연구와 관련해서는 서울대 총장과 과학재단이 계약을 하는 것이고, 서울대가 관리비 명목으로 15%를 떼가며 윤리위 등을 개최해 연구 과정을 점검하는 것도 대학에 우선적으로 책임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총장이 남의 일처럼 사과하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하고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한편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도널드 케네디 편집장은 10일 성명에서 "황 교수팀의 2004년 인간 배아줄기세포 논문도 거짓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 논문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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