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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공백, 더 강해진 KT 고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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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 시즌 5선발을 맡았지만 에이스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 KT 선발 고영표. [중앙포토]

올 시즌 5선발을 맡았지만 에이스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 KT 선발 고영표. [중앙포토]

프로야구 KT 위즈 고영표(30)는 올 시즌 출발이 좋은 투수 중 하나다. 개막 후 등판한 세 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3연속 퀄리티스타트 2승 무패 #사회복무 마치고 에이스로 복귀 #외국 훈련법 독학해 몸 끌어올려 #올림픽 출전의 꿈 이룰지에 관심

21일까지 퀄리티스타트 3회를 기록한 투수는 3명. 고영표 외에도 댄 스트레일리(롯데 자이언츠)와 박종훈(SSG 랜더스) 등이다. 승운도 따랐다. 2승 무패, 평균자책점은 3.00이다. 피안타율(0.200)과 이닝당 출루허용률(0.94)도 무척 좋다.

고영표는 지난 2년간 사회복무 요원이었다. 운동은 일과 후 틈날 때마다 했지만, 프로 선수로서 답답하고 불안했을 시간이다. 고영표는 “운동량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대신 내 야구를 충분히 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군 복무 전 2년간 선발 투수로 뛸 때 부족했던 부분이 뭔지 고민했다. 여러 변화를 시도해봤고, 야구에 대한 생각을 정립했다. 그 점이 지난 2년간의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2018시즌까지 KT의 국내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고영표다. 그가 잠시 전열을 이탈한 2년간 후배 배제성과 소형준이 그 타이틀을 물려받는 듯했다. 올 시즌도 ‘다섯 번째 선발’로 출발했다. 그러나 고영표는 실전 공백이 무색하게 더 강해져 돌아왔다. 시즌 첫 경기인 7일 LG 트윈스전에서 6이닝 1실점 역투로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두 번째 등판한 13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6이닝 3실점으로 잘 던져 KT의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나흘 휴식 뒤 다시 등판한 1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6이닝 2실점 호투로 팀의 4연승을 뒷받침했다. ‘연패는 끊고 연승은 잇는’ 에이스의 첫 번째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제 고영표는 5선발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오직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목표에 몰두한 결과다. KT 관계자는 고영표를 “야구에 대한 진지함이 대단한 선수”라고 귀띔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그랬다. 미국 유명 베이스볼 센터인 ‘드라이브 라인’의 훈련법을 독학해 동료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드라이브 라인은 사이영상 수상자인 클레이튼 커쇼, 트레버 바워(이상 LA 다저스) 등의 훈련을 도와 유명해진 클리닉이다.

고영표는 이 센터에서 출시한 웨이트볼과 플라이오볼을 자비로 샀다. 무게별로 다른 공을 번갈아 던지는 방식으로 훈련했다. 그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야구 관련 정보를 찾다가 바워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 호기심에 직접 기구를 사서 활용해봤더니, 관절 가동 범위가 좋아지고 어깨 통증도 개선됐다. 내게 잘 맞는다고 느껴 꾸준히 했다”고 설명했다.

몸뿐만 아니라 기술도 업그레이드했다. 주 무기 체인지업은 위력을 더했고, 집중적으로 연마한 커브는 점점 비중을 높이고 있다. 18일 키움전에서도 직구(36개)보다 많은 체인지업(41개)으로 상대 타자 타이밍을 빼앗았고, 커브(13개)를 초구나 결정구로 활용했다.

이런 기세라면 고영표가 올해 품은 목표도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 도쿄올림픽 출전이 가장 큰 희망이다. 3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뒤 간절함이 더 커졌다. 고영표는 “도쿄에 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밟을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다. 꼭 도쿄에 가고 싶다. 내심 ‘내 역할을 잘한다면 불러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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