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이 먹는 젖, 로열 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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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젤리는 꿀벌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네 가지 건강 성분(꿀.프로폴리스.꽃가루.로열 젤리) 가운데 하나다. 어린 일벌이 꿀과 꽃가루를 소화시킨 뒤 입으로 토해낸 것이다. 외양은 우윳빛이 나는 버터나 크림 같다. 맛은 '새콤하다','톡 쏘는 신맛이 난다', '맵다' 등 사람마다 조금씩 달리 표현한다.

로열이란 단어가 붙은 것은 여왕벌이 다른 일벌에 비해 로열 젤리를 두 배 더 오래 먹어서다. 그래서 '왕이 먹는 젖', 즉 왕유(王乳)라고도 표현한다. 보통 일벌은 부화한 뒤 3일 동안 로열 젤리를 먹는데 여왕벌은 6일간 섭취한다. 그 덕분인지 여왕벌은 몸집이 일벌보다 2배 이상 크며, 수명은 30배 이상 길다. 또 여왕벌은 일생 동안 12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식물성 식품으로 분류되는 꿀과는 달리 로열 젤리는 동물성 식품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그만큼 단백질 함량(10~15%)이 높다. 특히 말린 제품엔 단백질이 30~40%나 들어 있다(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또 칼슘.칼륨 등 미네랄과 비타민 B1.B2.B6.나이아신 등 비타민 B군이 많이 함유돼 있다.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청)는 로열 젤리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꾸준히 복용하면 얻을 수 있는 기능으론 영양 보급, 건강 증진.유지, 고단백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로열 젤리가 일반에 처음 알려진 계기는 1954년 노환과 폐렴으로 죽을 고비를 맞았던 로마 교황 비오 12세를 기사회생시킨 사건이었다. 이때 로열 젤리의 효과를 경험한 교황 주치의가 이 사실을 국제 학회에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효과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노화방지다. 함유된 파로틴 유사물질(타액선 호르몬)이 근육.뼈.치아를 젊게 한다는 것이다.

복용하면 '피로가 싹 가신다'는 것이 비교적 널리 알려진 효능이다. 동물실험에선 운동한 쥐의 피로를 덜어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다.

정력에 도움을 준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있다. 암양에게 로열 젤리와 프로게스테론(호르몬제의 일종)을 복용시켰더니 발정 현상과 임신율이 높아졌다는 것.

로열 젤리에 든 불포화 지방(특히 10-HDA)이 혈관 건강을 돕고, 항암.항균작용을 한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여럿 나와 있다.

로열 젤리는 화장품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아세틸콜린이란 신경전달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신경안정이라는 본래의 기능 외에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가외의 효과도 준다는 것.

그러나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나 쇼크를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에겐 금물이다. 복용 뒤 습진.비염.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고, 천식 발작이 올 위험이 있다(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 알레르기로 인해 복용자가 숨진 사례도 있다.

실내에서 오래 보관 가능한 꿀과는 달리 상온에 방치하면 상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냉동 보관해야 한다. 구입 시엔 로열 젤리의 함량도 확인해야 한다. 시판 중인 제품 1g엔 보통 30~120㎎의 로열 젤리가 들어 있다. 열량은 100g당 152㎉로 꿀(294㎉)보다 훨씬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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