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유전자 검사] 상. 가족성 암 진단엔 큰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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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란 쉽게 말해 23쌍의 서가(염색체)에 꽂혀 있는 3만여 권의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의 글자가 잘못되어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는 유전자 돌연변이, 간단한 오타라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는 정도는 유전자 다형성이라고 한다. 유전자 가운데 질병과의 연관성이 규명된 것은 200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헌팅턴병.루게릭병과 같은 단일유전성질환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환은 수 개에서 수십 개의 유전자의 이상과 환경적 요인이 어우러져 발생한다.

현재 검사기관에서 시행하는 유전자 검사는 용도에 따라 법의학적 검사, 의료용 검사, 개인적 특성 소인 검사로 나눌 수 있다. 유전자가 지문처럼 사람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법의학적 검사는 국내의 경우 1990년대 초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이 도입, 범죄자나 사망자의 신원 확인 등에 이용해 왔다.

질병 관련 검사의 경우 주로 유전질환에 대한 검사와 암의 확진 등에 쓰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형 유전자 검사만 해도 백혈병, 유방암, C형 간염, 알츠하이머성 치매, 자궁경부암 등 85항목에 이른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의 유한욱 교수는 "유전자 검사는 전통적인 유전병이나 가족성 암 등의 진단에는 상당히 효과적"이라며 "그러나 일반적인 질병 진단에는 제한적이고 보조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유방암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반면,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다른 원인 때문에 암에 걸릴 수 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유전자로 개인의 외모.성격.체질 등을 알아낼 수 있다는 소인 검사다. 관련성을 입증하는 연구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정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연구자들도 많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고종관.김정수.강승민 기자,오혜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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