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려야 심장이 건강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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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식이요법과 운동 못지 않게 스트레스나 공포, 적대감, 걱정 등 심리적 요인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13일 뉴스위크 최신호(17일자)가 여러 연구결과들을 인용해 소개했다.

1994년 노스리지 지진이 발생한 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사망자 검시결과에 따르면 지진 당일 심장혈관 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51명으로 당시 평균이던 하루 15.6명보다 크게 높았다.

이들은 대부분 관상동맥 질환을 앓은 적이 있거나 고혈압 등 고위험요인을 안고 있었지만 구조활동에 참여하거나 스스로 잔해 더미에서 빠져나오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을 인용해 이들의 사망원인을 설명하자면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심장질환 소인이 있는 사람들의 심장질환을 재촉할 수 있기 때문". 간단하게 말해 그들은 죽을정도로 겁을 먹었다는 것.

이 결과는 감정과 심장혈관 시스템의 심오한 상관성을 연구하는 이른바 '정신 심장학' 연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심장전문가들은 심장이 정신적 요인에 의해 치명적으로 탈이 날 수 있다는 가설을 오래 거부해왔지만 스트레스나 걱정, 적대감, 우울증 등 만성적인 감정 상태가 지진같은 돌발적 쇼크보다 훨씬 무서운 사망원인이라는 증거들이 쏟아지고 있다.

듀크대 정신의학 및 인간행동 전공 부교수인 에드워드 슈아레스는 "심장 발작을 일으킨 사람의 50% 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리적ㆍ사회적 요인의 위험은 비만이나 흡연, 고혈압 등 전통적인 심장질환 요인들의 위험만큼이나 크다는 연구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병원에서 심장질환 치료 프로그램에 심리치료가 포함되고 있다.

1980년대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했고 지금은 켄터키대 간호학과 교수인 데브라 모세는 "부정적 사고방식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간단한 심장질환이던 50대 남자가 2∼3일이면 퇴원할 수 있는데도 엿새나 입원했던 사례를 소개하며 "모든 것에 집착했고 자신의 병세에 너무 예민해 허혈현상과 흉통이 재발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흉통은 없었고 허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결국 1년 안에 또다시 심장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말했다.

모세 교수는 지난해 미국심장학회 모임에서 보고한 심장발작 환자 536명에 대한 분석 결과 심리테스트에서 걱정 수치가 가장 높았던 환자군이 가장 낮았던 환자군보다 2차 발작이 일어날 확률이 4배나 높았다고 보고했다

영국 버밍엄대 심장학과 교수 마이클 프레노는 우울증도 건강한 사람의 심장발작 확률을 최소 2배 높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듀크대 의대의 조사결과 적대감도 심장질환 사망률을 29%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릴때의 정신적 충격도 커서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최근 샌디에이고 성인 1만7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시절 심리적, 성적, 감정적 학대를 당하거나 가정폭력을 겪거나 가족 중 약물중독자가 있었던 경우 심장질환 위험이 30∼70% 높았다.

어릴때 뿐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장시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을 계속하거나 해고될 걱정을 하거나 연금이 바닥날 걱정을 하는 경우 심장질환 위험이 높았다.

의학전문지 랜싯이 52개국 심장발작 환자 1만1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심장발작이 나던 해에 직장이나 가정 불화, 금전적 고통, 우울증 등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심리는 신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코티솔이나 에피네프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하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혈압과 혈당 수치가 올라가며 이것이 장기화되면 만성 고혈압 등이 된다.

그렇다면 부정적 심리가 심장에 주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방법은 없을까.

유타대의 심리학자 티모시 심슨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쌓이는 과제를 낸 후 해결에 앞서 몇분간 친한 친구나 도움을 주는 지인을 생각하게 했더니 혈압이나 심박수가 높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웃음도 심장에는 영약이며, 유명한 심장질환 전문의 딘 오니시 박사가 구성한 초저지방식 심장질환 치료프로그램에는 운동과 요가나 명상 등도 포함돼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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