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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 15% 더 뽑았는데, 1인 가구 구매는 70%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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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가계가 소비 지출을 줄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만 할 순 없다. 2018년 이후 3년째 소비 지출 감소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차 주로 사는 40세 미만 젊은 층 #취업난 등으로 지갑 얇아져 #소주성에도 3년째 씀씀이 줄어 #시장 원리 무시, 고용·소비 위축

통계청은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8일 공개했다. 가구당 소비 지출은 월평균 240만원이었다. 2019년(245만7000원)과 비교해 5만7000원(2.3%) 줄었다. 통계청이 2019년을 기준으로 조사 방법을 개편했기 때문에 2018년 이전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큰 흐름에선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가 굳게 닫힌 가계 지갑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소비를 살리기 위해 수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실제로는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굳게 닫힌 가계 지갑.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굳게 닫힌 가계 지갑.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오락·문화 소비는 2019년보다 22.6% 줄었다. 교육(-22.3%)과 의류·신발(-14.5%)에서도 소비 감소 폭이 컸다. 대신 식료품과 음료(비주류)의 소비는 14.6% 증가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9.9%)와 보건(9%), 주류·담배(4.8%) 등의 소비도 비교적 많이 늘었다.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진 데다 육류·과일·채소 등 장바구니 물가가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별로는 하위 20%(1분위)의 소비 지출(105만8000원)이 2019년보다 3.3% 증가했다.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소비 지출을 줄인 것과 대조적이다. 소득 하위 20% 가구가 식료품·음료(22.3%)와 주거·수도·광열비(19.9%)에 쓰는 돈을 합치면 전체 소비 지출의 42.2%에 이른다. 예컨대 저소득층 가구가 100만원을 소비한다면 이 중 42만2000원을 식료품이나 주거비 등으로 쓴다는 얘기다. 2019년(39.4%)과 비교하면 2.8%포인트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에선 식료품과 주거·수도·광열비의 비중이 가구 소비의 21.7%였다.

항목별소비지출증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항목별소비지출증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음식과 주거비 같이 생계와 연계된 항목은 아무리 코로나19로 경제 사정이 어렵다고 해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 정부가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지만 시장 기본 원리를 무시한 곁다리 정책만 내놨다. 오히려 고용·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불렀다”고 말했다.

지난해 1인 가구의 소비 지출은 2019년과 비교해 7.4% 감소했다. 1인 가구 중에선 40세 미만의 비중이 전체의 35%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해 20~30대에서 소비 지출을 많이 줄이는 바람에 1인 가구 전체에서 소비 지출의 감소 폭이 커졌다고 통계청은 설명한다. 1인 가구의 소비 지출을 항목별로 보면 교육(-40.2%)과 교통(-33%), 의류·신발(-15.9%)에서 비교적 감소 폭이 컸다. 2인 가구(-1.6%)와 4인 가구(-0.7%), 5인 가구(-2.5%)도 지난해 소비 지출을 줄였지만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3인 가구의 소비 지출은 1% 증가했다.

1인 가구의 자동차 구매는 2019년과 비교해 70.4% 줄었다. 전체 가구의 자동차 구매가 오히려 15.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 과장은 “1인 가구에선 40세 미만 젊은 층이 주로 차를 구매한다. 취업난 등으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자동차 구매를 많이 줄였다”고 설명했다.

세종=조현숙·김남준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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