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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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뉴스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약제나 치료방법의 효능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종종 접하곤 한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지금까지는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전문가를 세우고 이를 입증할 자료들을 제출하였으며, 그 최종 판단은 대부분 몇몇 권위있는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피해를 당하는 쪽에서는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못하거나 승복하더라도 자신이 부당한 피해를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풍경은 사실 진료 현장에서도 발생하곤 한다. 어떠한 치료법이 더 효과적인지 확실하지 않고, 또한 그 내용이 교과서에도 없을 때 대부분 의사는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방법을 택하며 대부분 그들의 권고를 따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권고가 항상 옳지 만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풀기위해 ‘근거중심의학’ 이라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근거중심의학은 발생된 문제에 대한 모든 문헌 정보를 찾고 이에 대한 비평적 접근을 통해 결론을 도출할 뿐 아니라 체계적인 방법론에 따라 결론에 이른 모든 과정과 결과를 공개한다. 따라서 이러한 근거중심의학의 원리가 진료나 보건의료정책에서 가장 선진적 의사결정 방법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접근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모두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학자들은 근거중심의학을 패러다임의 변환에 비길만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근거중심의학은 캐나다를 중심으로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으며 지금은 가장 각광받는 분야가 되었다. 현재 근거중심의학의 원리는 진료나 치료뿐 아니라 의학교육, 보건의료정책 등에도 모두 적용되고 있으며, 의학을 이루는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잡아가고 있다.

우리 나라에 근거중심의학이 소개된 역사는 사실 짧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의료 전반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아직 논의의 주류로도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 이는 문헌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 의사결정에 합리성을 반영한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음이 그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근거중심의학적 접근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대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러한 원리를 진료나 정책 결정, 치료방법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평가, 진료지침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있어 우리 나라 보건의료 전반에 근거중심의학이 굳건히 자리잡는 분위기를 조성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모호한 안개 속을 밝혀주는 등불로서 근거중심의학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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