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혹시 잠재성 고혈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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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 평상시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뇌졸중.심근경색.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모습을 나타낸다. 따라서 혈압은 '비정상'이란 진단이 내려진 뒤부터 적극적으로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지금은 고혈압이 아니지만 앞으로 고혈압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잠재 고혈압 환자들이다. 내게 찾아오는 고혈압은 어떤 모습일까.

◆직장 고혈압=최근 일본 도쿄도(都) 노인의료센터 구와지마 이와오 박사팀은 직장인의 약 30%가 출근만 하면 혈압이 올라가는'직장 고혈압'환자라고 발표했다. 기업체 직원 중 36%, 공공기관 근무자 중 23%가 139/89mmHg 이상인 고혈압 상태로 나타난 것이다.

직장 고혈압이란 정기 건강검진에선 혈압이 정상이지만 직장에선 혈압이 올라가는 현상으로 일종의 증후군(신드롬)이다. 혈압이 높아지는 가장 큰 원인은 업무 스트레스.

이와오 박사는 "혈압은 평상시 10mmHg의 변화가 있지만 일부 대상자는 무려 50mmHg나 차이가 날 정도로 혈압이 올라갔다"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잠재 고혈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운동.저염식.저칼로리식.금연 등을 통해 정상혈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가면(假面) 고혈압=원래는 고혈압 환자지만 측정 당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1단계 고혈압 환자에게 24시간 혈압측정을 해보면 30%는 고혈압이 아닌 것처럼 나타난다<표 참조>. 수면 중 또는 심신이 이완된 상태에서 정상혈압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혈압이 정상과 비정상을 오르내리는 사람은 괜찮을 거라고 방심하지 말고, 24시간 혈압측정을 통해 혈압상태를 의사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백의(白衣) 고혈압= 평상시엔 괜찮다가 의료진 가운만 보면 혈압이 올라가는 백의 고혈압도 있다. 최근 일본 도호쿠대학 다카하시 우가진 교수는 백의 고혈압 환자 128명, 정상인 650명을 대상으로 8년간 조사한 결과, 백의 고혈압인 사람은 정상인보다 고혈압으로 진행할 확률이 세배 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는 "백의 고혈압인 사람은 대체로 예민한 성격을 가졌다"며 "작은 사건에도 혈압이 올라가므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의 고혈압 역시 잠재 고혈압이기 때문에 평상시 생활요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직전 고혈압=고혈압 전 단계다. 즉 지금은 고혈압 환자가 아니지만 방치하면 곧 고혈압으로 진행할 위험이 크다. 통계에 따르면 직전 고혈압 환자가 4년 뒤 고혈압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65세 이상에서 50%, 65세 이하에선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혈압이 115/75mmHg 이상인 사람은 심장병과 뇌졸중 발생률이 20/10mmHg씩 올라갈 때마다 2배씩 증가한다.

이 교수는 " 우리나라 30세 이상 남성의 39.8%, 여성의 30.6%가 직전 고혈압"이라며"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정상 혈압으로 끌어내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혈압관리를 위해선 운동과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줄여야 한다. 유산소 운동을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 30분 이상 해야 한다. 담배도 당장 끊어야 한다. 또 저염식을 하려면 소금 간이 많이 돼 있는 국물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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