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상으로…잘난 척하고 싶어서…원인부터 파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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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아이가 부산하고 정신이 없을까. TV를 볼 때는 물론 밥을 먹을 때조차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몇 번을 혼내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다. 버릇은 또 왜 그렇게 없는지. 아무리 주의를 줘도 어른들이 말하는 도중에 여지없이 끼어든다. 참을성도 없어 남들처럼 줄을 서서 기다리지 못한다.

부산한 아이 때문에 고민한다면 여름방학을 이용해 원인을 진단받고 대책을 마련해보자.

◆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산만한 아이는 집중력이 떨어져 학업 성적이 부진하다. 어른의 지시사항도 무심히 지나쳐 '말 안 듣는 아이'로 통한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과 유한익 교수는 "산만한 아이에게 무조건 '정신 차려라' '집중하라'고 혼을 내면 문제 해결도 안 되고 반항심만 커진다"고 설명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인데 집중력을 담당하는 뇌의 앞쪽 부위에 문제가 있다. 유병률은 어린이의 4~5%선. 남아가 여아에 비해 3~4배 많다. 이런 아이들은 늘 부산해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매번 주의를 받고 혼이 나도 개선되지 않는다. 행동도 돌발적이고 충동적이다. 예컨대 수업시간에도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식이다. 공부시간에 딴 짓 하는 일도 예사며, 자신이 놀고 싶거나 궁금한 일이 있으면 가만히 있는 짝을 괴롭힌다. 지능이 좋아도 집중을 못해 성적은 하위권을 맴돈다.

증상은 유치원 시절 나타나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심해진다. 유 교수는 "산만함.충동적 행동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날 땐 즉시 집중력.지능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병은 뇌의 이상이 원인이라 아이의 의지로 행동이 조절되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집중력을 증가시키는 메틸페니데이트 계통의 약물(각성제의 일종)을 복용하는 일. 최소 1년 이상 약물 치료가 필요하며, 행동수정.심리상담 등을 함께 받아야 한다.

◆ 정서 장애로 인한 산만증
불안.초조한 아이, 우울한 아이도 부산하고 집중하지 못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정서 장애로 인한 산만증 어린이는 주의력 결핍 아동과 달리 유아기 땐 산만증이 없다가 초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의무적으로 해야 할 과제가 생기고, 타인에게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등 긴장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정서 문제를 해결해 주면 산만증은 덩달아 호전된다. 예컨대 불안장애로 인한 산만증 어린이는 불안증 치료를 해 주면 산만증도 동시에 없어진다. 치료기간은 통상 3~6개월. 이때 약물치료(불안을 낮춰주는 약 등)는 3개월간 보조적으로 사용하며, 놀이치료.심리상담 등은 6개월 정도 받는 게 좋다.

◆ 부산한 성격으로 인한 산만증
부산한 성격 때문에 산만해 보이는 아이도 있다. 이런 유형은 활동적이고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을 타고났다. 따라서 놀 때도 다소 과격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수업시간 등 긴장이 요구되는 상황에선 집중을 잘하고 친구 관계도 원만하다. 스포츠 등 활동적인 일을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하면 부산함이 개선된다.

유 교수는 "산만증 어린이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학교와 집에서 혼만 나고 또래한테 왕따를 당하다가 장래 비행청소년이 되기 쉽다"며 조기치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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