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정신건강

중앙일보

입력

이 세상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남자, 여자, 군인...^^
예전 이런 농담을 자연스럽게 주고 받은 적이 있다. 젊든, 늙었든,부자든,가난한 자든,활동적이든, 소극적이든...그 모든 개별적인 특징은 '군인'이란 한 단어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가야한다는 의미의 유머라고 본다.

며칠전 전방에선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되는 슬픈 사고가 생겼다. 한 장병에 의해 아까운 젊은 청춘들이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
군 발표인즉, 군대내에서 말로 인해 상처를 받아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한편으론 얼마나 상처를 입었으면 저랬을까하는 동정심도 생기지만 8명의 젊은 죽음앞에선 그 또한 적절한 변명이 되질 않는다. 그래도 그래서는 안될 일이었다.

군을 다녀온 후배에게 군내에서는 정서적인 문제를 상담해주는 곳이 없냐고 물었더니 고충상담실이라고 있는데 무기명으로 뭘 써내면 오히려 고충이 덜어지기는 커녕 집단으로 고생을 한단다. 고생을 덜해서 그렇다고...물론 일부의 이야기겠지만...

예전보단 폭력물이 난무하는 시대인데다 예의나 의리 이런 것보다는 자신의 감정이나 이익이 더 우선시 되는 시대이다.그럼에도 어린 장병들은 모두 잘 견디고 있다. 군을 다녀보지않아서 현재의 군문화가 그들이 수용가능한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굳굳하게 잘 견뎌주는 그들이 대견스럽다.

그러나 가끔 이렇게 가슴아픈 일이 터지고 나면 어른으로써 책임을 통감하게 된다. 그런 일이 터지기 전에 우리 사회는 좀 더 성숙한 자세로 그들을 위한 안전망을 만들어주었어야하지 않나 하는....
정작 아까운 8명의 아들들을 잃고서 이렇게 수근대는 모습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우리의 어른됨이 너무 부끄럽다.

'난 나'라고 외치는 이 땅의 청년들이 잠시 나를 잊고 국가와 공동체를 생각하며 살아야할 그 시간들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좀 더 마음을 기울여야할 일은 너무나 많다.
특히 곳곳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상담실이 군내에서도 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형식적으로 만들어져서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그런 시스템보다는 좀 더 체계적으로 사병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군을 모르고 하는 말일지는 모르지만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몰래 분신자살을 하고 동료를 죽이고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아픔을 생각한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대책은 세워져야한다고 본다.

부언:
며칠 전 이 사태에 대한 국방부 브리핑시간에 어느 기자가 가해자의 정신병력을 물었다. 보고자는 정신병력은 없는 것 같다고...답변했다. 난 또 분개했다. 왜 정신병자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지..
이 땅의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그런 류로 취급되면서 얼마나 많은 편견의 대상으로 왜곡되고 있는지 정말 모르는가말이다.
넓게 보면 군 생활에 적응을 못한 장병 또한 정서장애의 하나를 앓고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정신질환과 이러한 장애는 또 다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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