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희망 종양도 없애는 거대한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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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힘'
원제 The Anatomy of Hope
제롬 그루프먼 지음, 이목희 옮김
넥서스 북스, 308쪽, 1만 3000원

위암 말기 환자인 조지. 고통스런 항암제 치료를 받던 중 부인에게 화훼단지에 가서 수선화 뿌리를 사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내가 살면 저 뿌리가 피운 화사한 꽃을 보게 될 것이고, 어쩌다 죽는다 해도 그 아름다운 꽃이 내 무덤을 장식하겠지."

이렇게 피어 오른 수선화꽃에 대한 희망은 한 생명을 구했다. 조지는 수선화꽃을 가슴에 안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호기심 많은 여인 판도라도 '희망'이란 단어만큼은 상자 안에 간직해두었다"라고 할 정도로 희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인도 시인 타고르는 "고통을 멎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게 하시고 고통을 극복할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라고 노래했다. 인내하는 용기가 곧 희망이다. 그래, 힘들 때 희망을 갖는 게 용기이고.

이 책의 원제는 '희망의 해부학'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 종양학 교수로 암을 다루는 의사가 썼다. 생명을 다루는 냉철한 과학자로서 희망이 보여주는 신비한 작용을 서서히 파헤쳐간다. 수련의 시절부터 베테랑 전문의가 될 때까지 30여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학이란 두루뭉술한 대리석에 '희망'이란 세련된 조각을 새겼다.

그루프먼 박사는 "환자들의 병에 대한 좌절이 종양만큼이나 쉽게 퍼진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에 반해 "희망은 남에게 쉽게 전파되진 않지만 종양을 녹여버리는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희망의 작용은 기적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것이다. 그의 희망 연구 성과를 보노라면 앞으로 환자에게 건네는 의사의 말도 희망이란 요인을 감안해 더욱 신중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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