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뇌막염 발생 은폐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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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에서 유행성 뇌막염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정부들이 유행성 뇌막염 발생 사실을 숨겨 초기에 잡지 못하고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고 중국.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2년 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퍼졌던 상황과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 은폐 의혹=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2일 "중국의 안후이(安徽)성에선 지난해 12월 20일부터 뇌막염이 발생했으나 성정부는 지난달 31일에야 중국의 다른 지역과 홍콩.마카오에 이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위생부도 지난달 31일 "올 1월 중 248명의 뇌막염 환자가 발생해 16명이 숨졌다"고 발표하면서 긴급 통지문을 각 지역에 내려보냈다. 중국 관영 인터넷 매체 신화망(新華網)은 "위생부의 뒤늦은 행동은 각 지방이 뇌막염 확산 실태를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았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광둥(廣東)성과 홍콩.마카오는 2003년 봄 사스 발생 당시 '심각한 전염병'이 발생하면 즉각 경보 시스템을 가동키로 했다. 그러나 광둥성은 지난 1일에야 "1월 중 11명이 감염돼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홍콩 언론들은 "각 지방 위생당국이 임무를 소홀히 해 예방.방역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춘절(春節.설)을 앞두고 비상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 급해진 방역활동=병원마다 자녀에게 예방주사를 맞히려는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감염자의 70%는 10세 안팎의 아동들이다. 춘절 대이동을 앞두고 철도부는 모든 차량에 대해 소독.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기차역.열차에 4000여명의 감시요원을 배치했다.

*** 중국 여행땐 기침환자 피해야

질병관리본부는 2일 유행성 뇌막염이 퍼지고 있는 중국이나 필리핀 일부 지역을 여행할 때 기침을 하거나 가래가 나오는 사람과 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또 군부대나 기숙사.합숙소 등 사람이 밀집해 있는 곳을 피하고,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하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관리해 감기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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