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배포할 홍보자료 만들기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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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홍보 기능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역할은 대언론 활동일 것이다. 의료기관 광고가 금지되어 있는 현실에서 신문이나 방송 기사만큼 병원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의 생리와 구조, 그리고 담당기자를 알지 못하는 병원관계자들은 홍보를 위한 좋은 소재가 있더라도 이를 어떻게 가공하여 보도까지 연결시키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다.

무엇을 누구에게 전달할 것인가

병원의 홍보는 병원규모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중소병원 이하의 의료기관은 새로운 술식이나 의사를 소개하는 정도로 만족하겠지만 3차 의료기관 정도가 되면 병원 경영층의 동정이나 원내 인사, 각종 이벤트 행사, 학술모임 등 병원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갖가지 보도자료를 생산할 수 있다.

보도자료를 만들기 전에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성격을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다.

언론 조직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부서를 거느린 대규모 집단인데다 기자의 역할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보도자료의 성격에 따라 언론접촉의 방법도 달리해야 한다.

의료기관의 보도자료가 가장 많이 반영되는 지면은 역시 의학.건강면이다. 따라서 병원쪽에서보면 이 분야를 맡고 기자가 홍보접촉의 1차 표적이 된다.

그렇다면 병원의 홍보담당자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언론기관 마다 의학.건강에 대한 취재는 어느 부서에서 맡고 있고, 담당기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언론사 조직은 신문사와 방송국, 그리고 신문사에서도 경제지와 스포츠지가 서로 달라 이를 취합해 부서와 명단을 갖춰놓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의 경우 의학.건강팀이 사회부에 소속되어 있는 반면 중앙일보는 생활과학부, 동아일보는 과학부, 경향신문은 생활과학부로 분류되어 명칭과 함께 인적구성에 차이를 두고 있다.

또 KBS는 과학부로, MBC와 SBS는 문화과학부로 되어있고, 경제지들은 문화부 또는 과학정보통신부, 스포츠지들은 사회부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느 부서로 분류되어있던 의학.건강기자는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4명까지 두고 이 분야만을 전담하기 때문에 기사거리로서 요건만 갖춘다면 접촉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학술이 아닌 병원의 미담이나 이벤트 행사, 병원장의 동정거리 등은 의학담당기자보다는 사회부나 독자부 기자를 선택하는 것이 편하고 지면 반영율도 높다. 요즘에는 신문마다 인물 동정 및 사교 모임난을 만들어 독자에게 서비스하고 있고 부음기사도 이곳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이 지면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많이 늘고 있다.

기사거리 만들기

홍보담당자가 기자를 만나 자료를 건네거나 소속 부서에 홍보자료를 보낸다고 모든 내용이 기사화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원가의 의원급이나 중소병원과 같이 지명도가 낮은 병원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스컴을 타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선 보도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염두에 두는 것이 어떨까.

첫째는 보도자료의 공신력이다.
언론매체는 나름대로 기사의 공신력을 갖추기 위해 가능하면 대학병원의 교수의 연구결과, 또는 학회나 학회지 등을 통해 공인되고 검증된 기사를 싣게 된다. 따라서 막연한 홍보 노력보다는 이같이 기사요건을 갖추려는 시도가 먼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름살 제거용 레이저를 들여와 홍보를 한다고 치자. 막연하게 기계에 대한 설명과 장점을 나열해서는 좀처럼 기사화가 어렵다. 케이스를 모아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한 뒤 이를 가지고 기자를 만난다면 자료에 대한 신뢰성을 인정받아 기사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는 홍보담당자가 신문 독자라는 생각을 갖고 자료를 만들라는 것이다.
독자는 자신과 관계가 있는 유익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 그렇다면 홍보담당자는 자신이 홍보하려는 내용이 독자를 얼마나 도와줄 수 있는 정보인지를 저울질해 볼 필요가 있다. 홍보내용이 병원의 단순한 자랑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또 경영자의 얼굴 세워주기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독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표방한 보도자료일수록 언론은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세째 보도자료는 기자의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
기자는 매일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독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기사거리를 찾아 사냥을 한다. 따라서 일단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끌지 못하는 보도자료는 죽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은 일단 새롭고, 재미있고, 특이해야 한다. 흥미유발은 같은 내용이라도 가공하는 기술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국내 최초, 세계 최초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컨대 근시치료용 레이저를 새로 구입하고 이를 홍보한다고 하자. 이를 단순하게 '새로운 근시치료용 레이저 도입'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보낼 수 있다. 그러나 이 보도자료의 생명은 이미 제목에서 끝난다. 국내에 기존 근시치료용 레이저 기기가 많이 들어와 있는 사실을 아는 기자들에게 이 내용은 더 이상 관심거리가 되질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보도자료를 '엑시머 레이저로 기존에 불가능했던 고도근시와 원시치료도 가능'이라는 쪽으로 보도내용의 방향을 바꾸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새로운 방향에서 기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발굴해 내는 기술이야말로 홍보담당자의 역할인 것이다.

요즘에는 의료기관에서 보내는 보도자료도 세련되어 제목과 부제를 통해 전체 내용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면서 흥미유발을 일으킬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아직도 마치 논문제목처럼 딱딱하고 고루한 제목으로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제목이 신문제목처럼 간결하고 미려할 필요는 없다. 단지 전체 내용을 요약하고,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는 것이 좋다.

넷째 어려운 의학용어는 반드시 해설을 붙여주고, 의사의 이름은 한자를 병기해주어야 하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는 연락처를 명기해야 한다.
신문의 한자표기는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이름은 한자를 병기하며, 아무리 자세한 보도자료라고 해도 취재방향에 따라 보충해야할 내용이 있으므로 연락처는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보도자료를 더욱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주제의 구심점이 되는 의사에 대한 간단한 약력.경력이나 교실원(팀), 그리고 장비 등도 함께 소개하면 보도자료에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방송과 신문의 생리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시간을 다투는 기사일 경우에는 마감시간 전에 기자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참고로 조간신문은 오후 4-5시, 석간은 늦어도 오전 11시에 마감하므로 당일 기사에 반영하려면 적어도 3시간 전에는 보도자료를 내보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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