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지 만들기의 실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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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홍보물중 대표적인 것이 병원보. 그러나 비싼 돈을 들여 원보를 만들지만 실제 기대한 만큼 홍보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IMF로 병원수입이 줄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병원보 폐간이나 발행부수 축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문제는 병원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PR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는 점. 당장 지출을 줄이는 것보다 병원 홍보물에 대한 발상의 전환, 그리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다. 이번에는 병원보를 병원의 이미지 제고와 환자를 끌어 모으는 전략상품으로 키우는 지혜를 소개한다.

독자 분석없이 PR없다

대부분의 병원보들은 독자층이 불분명하다. 병원직원들이 보는 원내보인지 지역주민을 위한 원외보인지 성격조차 없어 편집방향이 흔들리고, 왜 PR지를 만드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찾기 힘든 경우도 많다. 우선 병원보나 PR지를 발행하고 나서 정기적으로 주고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다. 어떤 내용이 많이 읽히는지, 그리고 환자를 유치하는데 도움을 준 기사가 어떤 것인지를 파악, 다음 편집에 반영한다.

유명무실한 편집위원회

몇몇 사람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드는 것은 예산 낭비. 편집위원회가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한 곳이 적지 않다. 위원회는 병원장을 중심으로 과별, 혹은 직종별 대표가 참여하고, 지역주민 대표 등 외부인사를 참여시켜 의료소비자 쪽에서 필요한 정보를 기획에 반영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 위원들 외에도 병원 전직원을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독자의 반응이 좋을 때는 포상을 하는 등 원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킨다.

기획은 철저하게 환자중심으로

의료소비자를 일반 독자로 정하면 철저하게 독자 위주의 기획과 편집을 해야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정보 욕구 우선 순위를 정하고 읽고 버리는 소모성 정보들은 과감히 버린다. 같은 예산이라면 성격이 불분명한 병원보의 체제를 바꾸는 것도 한 방법. 페이지를 줄이고, 발행횟수를 늘리며 내용도 지역사회에 잠재환자를 개발하고, 병원과 의사의 이미지를 높이는 PR지로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 그러나 환자중심의 기획이라고 해서 질병정보만 나열하면 문제가 있다. 병원의 이념이나 병원장의 경영철학을 집어넣어 병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또 지역주민의 글등 의료소비자 참여를 유도, 병원에 대한 친근감을 동시에 추구한다.

좋은 내용, 훌륭한 편집

PR지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다. 발행을 거듭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편집전문가라고 해서 의료와 홍보, 병원 사정을 모두 잘 알 수는 없기 때문에 병원실무자가 손수 만들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예산절감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PR지 제작시 반드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구성한다. 간단한 상품권이 있는 의학퀴즈, 퍼즐, 집필 의사의 대화식 문장 구사 등은 좋은 예.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전문용어나 외래어, 한자는 피한다.
■지면을 딱딱한 활자로 채우지 말고, 캐리커쳐·만화·사진 등을 곁들여 시각적 효과를 높힌다.
■주요 내용은 글씨체를 다르게 하거나 색깔 또는 문장부호를 써서 중요성을 강조한다.
■독자층이 건강에 관심을 갖는 40대 이후라는 점을 감안, 글씨는 크게 하고, 내용은 가능한 쉽게 풀어준다.
■무료 건강강좌, 건강 상담 코너, 휴진일 등을 포함한 진료 안내, 병원 셔틀버스 운행 등 환자를 위한 병원이용법은 매호마다 게재한다.
■환자나 지역주민, 또는 연예인 등 병원인이 아닌 사람들의 원고를 싣는다.
■이밖에도 새로운 직원이나 의료진에 대한 소개, 시설·장비, 그리고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곁들인다. 특히 건강정보는 반드시 병원에 찾아오라는 식보다는 가정에서의 처치법, 지역 보건 복지 서비스 정보를 함께 다뤄 지역사회를 위한 건강정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배포에도 지혜를

의료법은 병원에서 발행하는 광고성 원외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병원PR지라고 할지라도 과대포장된 병원자랑으로 일관하기보다는 환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공공정보라는 인식을 가지고 제작에 임해야 한다. 배포 역시 무분별하게 살포하기보다 원내를 찾는 외래환자나 보호자 중심으로, 또는 지역사회 의료봉사시, 그리고 병원을 이용했던 환자들 중에 PR지를 신청한 사람들에게 우송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병원보을 발행하고 있는 한 병원을 소개하면서 병원보 만들기의 내용을 마무리 짓는다. 나고야시 이치모리야마(市守山)구 어느 치과의원은 88년부터 [건강(튼튼)]이라는 PR지를 몇 개 병의원과 공동으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 PR지의 크기는 B4. 2페이지 손으로 쓰는 형식의 것으로 월1회 발행하고 있다.

원래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의원과 이 치과4개 시설이 공동 PR지로 출발했는데 93년부터는 내과의원도 가세하여 현재는 5개 시설의 광고지가 되었다. 편집부는 창안자인 스즈키치과에 두었고 공동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병의원의 전화번호를 게재한다.

[건강]에서는 1면을 건강관련기사에 할애하지 않고 요리나 간식만들기 등을 싣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가 PR지를 집어들게 하려는 발상에서이다. 2면에는 질병이야기, 가정에서의 손쉬운 처치법 등을 정리한 `진료실 소식'를 게재. 이 부분 원고는 각 병의원 의사가 돌아가며 집필한다. 이러한 공동제작 아이디어는 타의원에도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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