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주입 척수마비환자 호전세

중앙일보

입력

국내 한 탯줄혈액(제대혈) 전문기업이 척수마비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주입해 병세를 호전시켰다고 주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탯줄은행 한 훈 박사팀과 조선대 산부인과 송창훈 교수팀, 서울대수의대 강경선 교수팀은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년 가까이 하반신 마비상태로 지낸 황모(37.여)씨에게 탯줄혈액 줄기세포를 주입한 지 40여일이 지난 현재 척추가 재생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 85년 7월께 다리에서 추락한 이후 가슴척추뼈(흉추)와 허리척추뼈(요추) 곳곳이 골절 돼 하반신 운동신경이 완전 마비되고 감각신경은 배꼽 아랫부위부터 마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상태로 20여년을 지내 온 황씨의 치료를 위해 조직적합성(HLA)이 일치하는 냉동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한 뒤 환자의 척수에 주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 줄기세포를 척수에 주입한 지 20일째에 오른쪽 1번 허리척추뼈와 왼쪽 12번 가슴척추뼈가 각각 재생됐으며 치료 40일이 지난 현재는 좌우측 2번 허리척추뼈가 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황씨도 이날 기자 회견에서 "사고 후 움직이지 않던 발가락이 움직이는 등 몸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환자가 1명 뿐인 데다 치료 초기 단계에서 너무 성급하게 성과를 단정해 발표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오일환 가톨릭의대 교수는 "성체줄기세포가 척수마비에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환자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논문을 통해 다른 과학자들로부터 검증받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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