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범주화’가 편견을 만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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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호 20면

편견의 이유

편견의 이유

편견의 이유
프라기야 아가왈 지음
이재경 옮김
반니

인간의 행동이나 의사 결정에는 이런저런 편견이 들어 있다. 피부 색깔, 성별, 외모, 나이, 직업 등에 대한 편향은 성차별, 인종차별, 직업차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 통합을 해치는 수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이 곳곳에 존재하는데, 그런 편견과 차별은 은연중에 발생하기도 한다.

조심한다고 하면서도 편견의 뿌리가 깊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편향적 발언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편견이 축적된 자료를 학습한 인공지능 알고리즘까지도 그 편견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한 무의식적 편견 혹은 암묵적 편향의 문제를 이 책은 다루고 있다.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한 행동과학자인 저자는 개인적으로 겪은 두 가지 편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나는 어린 시절 겪은 인도의 가부장적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 유학 때 겪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다. 저자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개인의 정신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차별과 혐오와 불공정을 암묵적으로 반복하게 된다는 사실을 각종 자료와 통계를 통해 보여준다.

‘단순한 범주화’는 편견의 다른 이름이다. 즉흥적 연상에 의지해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흔히 ‘나와 같음’과 ‘나와 같지 않음’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분류하기도 한다. 이런 분류는 ‘내집단’과 ‘외집단’의 구분을 낳으며 편견을 심화시킨다.

이런 편견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부모나 교육자가 가정이나 학교에서 ‘단순한 범주화’ 예방 교육을 시도해 보길 제안했다.

예컨대 ‘남자아이들’ ‘뚱뚱한 친구들’ 같은 표현은 삼가야 할 말이라고 했다. 어떤 집단 전체를 지칭해 일반화하지 말자는 얘기다. 대신 개인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볼 것을 권했다. 예컨대 “그 아이는 수학을 잘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남자애들이 수학을 잘해”라고 일반화한다면 바로 암묵적 편향이 된다. 가정이나 학교를 중시하는 것은 어른들의 암묵적 편향을 아이들에게 이식하지 않기 위해서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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