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미만 427만명 인터넷 중독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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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중퇴한 이모(19)군은 밤에 인터넷 게임을 하고 낮에 잠깐 자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있던 한두 명의 친구들도 인터넷에 빠지면서 만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 올해 초 인터넷중독예방 상담센터를 찾았다. 센터에서 벌인 자가진단 결과 116점. '고위험 사용자군'에 포함됐다(자가진단 측정방법 참조).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인터넷에 빠진 대학생 박모(20)씨는 부모에게는 학교에 간다고 속이고 주로 PC방에서 지냈다. 그러다 보니 학교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집으로 배달된 성적표에 부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박씨의 자가진단 결과는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에 들어가는 101점으로 채점됐다. 박씨는 요즘 예전에 그만둔 피아노 연주를 다시 즐김으로써 스스로 치료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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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독이 심각하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의 '2004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39세 인구 가운데 인터넷 중독에 관한 고위험 또는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으로 분류돼 상담이나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이 약 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월 10세 이상 초.중.고교생과 40세 미만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표'에 의거해 조사한 결과다. 이를 전국 인구비례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10~39세 가운데 427만명에 해당한다. 인터넷 중독 관련 상담도 ▶2002년 2599건 ▶지난해 3774건▶올 들어 7월까지 3582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 중독 문제는 세계 유명 언론에 소개될 정도다. 지난 8월 영국 BBC방송은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한국의 게임세대'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게임 중독 현상에 대해 보도했다. 하루에 19시간 이상을 인터넷 게임에 열중하는 23세의 청년을 소개하면서 한국을 '세계 게임의 수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인터넷 중독 문제는 1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홍창선(열린우리당) 의원은 "심각한 인터넷 중독자(고위험 사용자군)가 78만명이고 중독 가능성이 우려돼 예방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이 349만명"이라며 "그러나 인터넷 중독 전문상담사는 260여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는 인터넷 중독 예방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각급 학교의 상담교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 전문상담 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진영 의원도 "인터넷 중독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각급 학교에 상담원이 파견돼 상담을 받은 사람은 최근 3년 동안 103개교 1228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보문화진흥원 손연기 원장은 이에 대해 "올해부터 16개 시.도 청소년상담실을 이용, 예방교육과 상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의 이수진 선임연구원은 "중독이 의심되는 사람은 우선 인터넷 사용시간을 기록함으로써 혹시 내가 너무 오래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일상 생활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일정시간에 취침하는 습관을 갖고 컴퓨터 앞에서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중독에 관해 상담을 원하는 사람은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홈페이지(www. iapc. or. kr)로 들어가 신청하면 상담원을 연결해 준다. 전화 문의는 02-3660-2580.

▶ 인터넷중독 자가진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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