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찾아낸 장수의 비결 '수명의 비밀을 벗기는 5가지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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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60여년 전 미국 코넬대의 동물영양학자 메케이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쥐의 먹이를 줄였더니 수명이 길어졌다. 칼로리 섭취를 제한한 쥐가 성장은 늦어져도 수명은 늘어난 것이다.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게 좋다는 그때까지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었다.

◆사례2=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 활동이 왕성한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1.5배나 높았다. 지속적인 사회 참여가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 고령자의 일자리를 넓히는 것은 사회 전체의 건강과 직결된다.

'수명의 비밀을 벗기는 5가지 열쇠'는 현대 과학의 성과를 토대로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로 일본 내분비학계의 권위자로 통하는 저자는 갈수록 가팔라지는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는 인구 피라미드라는 단어는 조만간 사어(死語)가 될 것으로 본다. 1995년에는 세계 인구가 삼각뿔 피라미드 구조였으나 60세 이상 인구가 증가하면서 2025년에는 인구 구조가 밥공기를 식탁 위에 올려놓은 것 같은 모양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이런 추세 속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안을 찾고 있다.

신진대사를 낮춰, 즉 적게 먹으며 몸에 해로운 물질을 줄이거나, 뉴런 같은 신경세포 기능을 강화해 노화를 예방하거나, 나이가 들면서 퇴화하는 호르몬 분비를 약물 요법으로 정상화하거나, 세포와 유전자를 조작해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예컨대 나이가 들어서 하는 과도한 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DNA(유전자)에 유해 산소가 쌓여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이 건강의 제1조건이다.또 비타민E는 몸의 산성화를 막는 영양소다. 콜레스테롤 합성을 막아 노화에 관련된 여러 가지 병리적 현상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학습능력이 저하된 쥐에게 비타민E를 투여한 결과 산소 스트레스가 줄고 예전 능력을 회복했다고 보고 있다.

인간 복제를 둘러싼 찬반론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저자는 유전공학의 긍정적 측면을 주시한다. 인간의 노화를 촉진하거나 제어하는 유전자를 규명하면 지금까지 치료가 불가능했던 퇴화적.노화적 질환을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기능을 갖지 않은 발생 초기의 세포(미분화세포)를 분리.배양해 필요시에 그 세포로부터 장기를 만들어 이미 나빠진 장기와 교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려되는 건 돈이 많이 들 것이라는 점이다. 부자는 오래 살고 빈자는 상대적으로 단명하는 이상한 사회가 올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도 불로장생을 좇는 인류의 연구는 필연적으로 진보해갈 것으로 확신한다. 지나친 과학기술주의일까. 이에 대한 고민이 좀더 깊어졌으면 하는 느낌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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