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신경 마비환자 치료가 비윤리적인가

중앙일보

입력

"척수신경이 마비된 8살 짜리 친구에게 지금 우리가 연구중인 인간배아줄기 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올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이런 약속이 과연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가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16일 오후 학내에서 '생명복제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관악초청 강좌'에서 인간배아줄기 세포연구를 둘러싼 윤리논쟁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회저명인사의 강연을 듣는 이 강좌의 첫번째 인사로 초청된 황 교수는 이 자리에서 몇년 전 8살짜리 척수신경 마비환자와 만난 일화를 소개하고 "이 친구가 휠체어에 탄 채 '저좀 일으켜 주세요'라는 말을 할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그러나 "이 친구에게 지금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가 만든 세포를 너의 끊어진 척추에 넣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며 "다만 그날이 올 때까지 굴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장기는 완벽성 면에서 장기이식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면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이어서 뇌신경, 척수신경 환자에게 최선의 대안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이종장기이식이다"라면서 윤리논쟁으로 과학 연구가 발목이 묶인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황 교수는 이날 이종장기이식 연구를 위해 '무균돼지'를 기증해 준 김윤범 시카고대 의대 교수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연구원들이 미국까지 건너가 '무균돼지' 줄기세포주를 가져오는 상황을 '문익점 할아버지'의 마음 같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그래도 복제 양 돌리가 나왔을 때는 가짜 논쟁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가짜 논쟁은 없고 윤리 논쟁만 있는 것 같다"고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이어 "연구원들이 2년 전 시청과 광화문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던 열정적인 마음으로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주말도 잊은 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날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 나라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이날 특강에는 3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으며 강좌가 끝난 후 일부 학생들은 황 교수에게 몰려가 사인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