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기간 짧을수록 치매위험 높아

중앙일보

입력

초경이 늦었거나 폐경이 빨라 임신 가능기간(가임기간)이 짧은 여성일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의대 안산병원 노인건강연구소 박민규 교수팀은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병력이 없는 경기도 안산지역 여성 1천538명(만 60~84세)을 대상으로 '최소인지기능검사(K-MMSE)'를 실시한 결과 폐경이 빠르거나 초경이 늦어 가임기간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여성일수록 치매 위험도가 높았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30점 만점의 최소인지기능 검사에서 23점 미만을 치매로 판정했으며 나이, 학력, 뇌졸중, 두부외상 등의 변수가 있는 여성은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조사대상자들의 평균 가임기간은 32년으로 조사됐는데 연구팀은 평균 가임기간을 기준으로 '평균치에 5년이 모자라는 그룹'과 '평균보다 5년 이상 가임기간이 긴 그룹'으로 나눠 MMSE검사 점수를 비교했다.

이 결과 평균보다 가임기간이 5년이 모자란 여성은 가임기간이 평균보다 5년 이상 긴 그룹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도가 약 2배 가량 높았다.

폐경 연령만 놓고 봤을 때는 평균 폐경연령 45세보다 5년 먼저 폐경이 온 '조기폐경그룹'이 5년 늦게 폐경이 된 '지연폐경그룹'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도가 약 1.8배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과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국내에서 가임기간과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해 대규모 연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민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여성호르몬의 농도 뿐만 아니라 여성호르몬 분비기간(가임기간) 또한 인지기능 보존과 치매발병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중년 이후 여성은 치매 예방차원에서 자신의 초경과 폐경 나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치매위험군에 속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치매 예방을 위해 노년 이후에도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일거리를 찾아 신체적, 정신적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독서, 낱말 잇기, 바둑, 악기연주, 댄스, 그림 그리기 등의 취미활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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