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예방주사 맞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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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병.의원을 찾게 된다.

흔히 예방접종하면 어린이에게만 해당하는 일로 여기거나 노인들의 독감예방접종 정도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인도 예방접종을 해야만 한다. 모든 성인이 예방접종의 대상은 아니지만 각 질병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때에 예방접종을 받아야한다.

유행성 질병에 해당하는 예방접종의 종류, 대상, 방법 등을 살펴본다.

■ 성인예방접종의 접종대상자 및 접종방법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예방접종으로는 간염, 유행성 출혈열,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풍진, 파상풍 등이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A형, B형, C형, D형, E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B형 간염과 C형 간염은 만성간염과 간경화증, 간암으로 발전될 확률이 높아 예방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B형 간염 접종 대상으로는 바이러스 보유자의 가족이나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 주사용 약물 중독자, 의료기관 종사자, 수용 시설 수용자 및 근무자 등이다.

3회에 걸쳐 접종해야 하며 첫번째 접종을 받은 달을 기준으로 다음달, 여섯 번째 달에 접종하거나 3개월 연속 접종하는 방법이 있다.

임신부가 B형 간염 보균자인 경우 신생아에게 감염될 위험이 높다. 신생아때 감염되면 성인기에 감염되는 것보다 만성간염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 성인이 된 후 간경화나 간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모든 가임여성은 임신 전에 미리 간염예방접종을 통해 간염항체를 보유하도록 한다.

가을철에 자주 발생하는 유행성 출혈열은 고열, 신부전, 출혈 등을 특징으로 하는 급성 열성질환으로 지역적, 직업적으로 유행성출혈열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한다. 지역적으로는 환자의 70% 이상이 농촌에서 발생하며 직업적으로는 야외에서 일하는 군인, 농부, 공사장 인부, 캠핑하는 사람, 낚시꾼 등에게 주로 발생한다.

바이러스를 다루거나 쥐 실험을 하는 실험실 요원들도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는 해마다 발생률이 다르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보통 건조하고 추운 11월 말에서 다음 해 4월 사이에 유행한다. 통상 2월이나 3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정상인이 인플루엔자 때문에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65세 이상의 노인 환자나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은 입원 또는 사망이 정상인의 수십 배 이상이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이 질환으로 사망위험이 높은 사람들(심혈관계나 폐의 질환을 만성적으로 앓고 있는 성인, 만성적 질환으로 입원 중이거나 요양소에 수용 중인 사람, 65세 이상의 남녀, 당뇨 등 대사이상, 신부전, 면역억제 상태의 환자)과 이들 위험군에게 인플루엔자를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극 권유되고 있다.

폐, 심장, 신장, 간질, 당뇨병 환자나 65세 이상의 노인 등은 늦어도 인플루엔자 유행 2주 전에 접종을 받아야 한다. 독감예방주사를 맞으면 항체가 2주 이내에 생기기 시작해 4주가 되면 최고치에 달하게 되고 이것이 약 6개월 정도 예방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감예방주사는 대략 9~10월 사이에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주의할 점은 이전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받고 심한 과민반응이나 신경이상을 보인 사람은 접종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임신부의 경우 인플루엔자 합병증의 위험인자가 있으면 접종이 필요하지만 위험인자가 없는 임신 초기에는 태아 이상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접종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티푸스는 환자 또는 보균자의 대변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된다.

장티푸스균은 생존기간이 비교적 길고 추위에도 강해 위생상태가 나쁜 지역에서 유행이 계속된다. 장티푸스가 유행하는 지역으로 여행하는 사람 및 파병되는 군인, 간이급수시설 지역 중 불안전 급수지역 주민, 집단급식소 종사자, 식품위생접객업소 종사자 등이 접종 대상이 된다. 1회 주사만으로 4주에서 최소 3년간 방어항체가 유지된다.

파상풍 예방접종은 영아기에 DPT로 기본 접종과 추가 접종을 완전하게 마치는 것이 편리하다. 흙이나 가축과 접촉하는 노동자, 정원사, 경찰관, 소방수 및 군인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파상풍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사망이나 신경계 마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 질환이다. 따라서 어른들도 10년마다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최근 5년 이내에 외상으로 응급실이나 외과, 정형외과 등에서 TIG라는 주사를 맞은 경우에는 최소한 5년 후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풍진은 발진성 급성피부 질환을 동반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홍역과 비슷해서 붉은 발진이 얼굴과 머리, 몸 전체에 나타났다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되는 일과성 질환이기도 하다. 보통은 큰 합병증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임신 초기 임신부가 이 풍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는 일생 동안 기형을 가지고 살게 되므로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풍진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

풍진 예방접종은 1회 접종이라 한 번 맞으면 그 효능이 평생 지속된다. 그러나 접종 후에 3개월 이내 임신하면 태아에게 선천성 풍진 증후군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 피임을 철저히 해야 한다.

■ 예방접종 주의사항.금기사항

예방접종 후에는 약간의 미열, 접종부위의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접종 당일에는 안정을 취하고 목욕, 수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접종부위를 긁거나 만지면 덧날 수 있으므로 만져서는 안된다.

현재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설사.피부병이 있는 사람, 접종 1년 이내에 경련이 있는 경우, 예방접종 후 경련을 일으킨 경험이 있는 사람, 임신부 등은 예방접종을 피해야 한다. 홍역, 볼거리, 수두 등을 앓았던 환자들은 2개월이 지나면 접종할 수 있다.

도움말:을지의대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윤수진 교수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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